Page 51 - 읽기쉬운 동경대전·용담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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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덕문  49




               은 처사의 행색이고, 높은 산과 유장하게 흐르

               는 물과 같은 아버지의 모습은 옛날 엄자릉(嚴
               子陵)의 풍모와 같았다. 구미산의 기이한 봉우

               리와 괴이한 바위들은 월성 금오산 북쪽에 있

               고, 용추(龍湫)의 맑은 못과 보석처럼 아름다운
               물이 흐르는 시내는 옛 도읍 경주 마룡(馬龍) 서

               쪽에 있다. 복숭아꽃 핀 동산은 세상 사람들에

               게 알려질까 두려울 만큼 아름답고, 집 앞에 흐
               르는 맑고 푸른 물은 낚시를 드리우고 세월을

               낚으려는 강태공을 생각나게 했다. 난간 가까

               이 연못이 있으니 연꽃을 즐기며 학문에 정진
               했던 주렴계(周濂溪)의 뜻과 다르지 않았다. 정


               자 이름을 용담이라고 하셨으니 어찌 와룡(臥
               龍) 제갈량을 사모하는 마음이 아니었겠는가.




            ④  세월이 흐르는 것을 막기 어려웠다. 어느 날 문
               득 아버지께서 돌아가시는 슬픔을 겪으니 외

               로운 내 한 목숨 나이 겨우 열여섯 살에 무엇을

               알았겠는가. 어린아이나 다름없었다. 아버지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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