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3 - 읽기쉬운 동경대전·용담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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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덕문  51




               서 평생 이루신 일은 화재로 모두 불에 타 흔적
               조차 찾을 수 없었다. 나는 자손으로서 도리를

               다하지 못해 한탄스러웠고 세상살이에 낙심하

               게 되었으니 어찌 통탄스럽고 애석하지 않았겠

               는가.




            ⑤  마음으로는 가정을 돌보고 싶었지만 심고 거
               두는 농사일을 알지 못했다. 또한 글공부를 독
               실하게 하지 못해 벼슬길로 나아갈 뜻을 잃어

               버렸다. 살림이 점점 쪼그라드니 나중에 어떻

               게 될지 알 수 없었고, 나이가 점점 많아져 장
               차 신세가 어려워질 것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

               었다. 험난한 팔자를 헤아려보니 춥고 굶주릴

               염려만 들 뿐이었다. 벌써 내 나이 마흔 가까

               이 된 것을 생각하면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한 것
               에 어찌 탄식이 없겠는가. 더구나 살아갈 변변

               한 집조차 마련하지 못했으니 누가 세상이 넓

               고 크다고 했던가. 하는 일마다 어긋나니 내 한

               몸 추스르기도 어려운 가련한 신세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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