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詠宵 (영소)
也羞俗娥翻覆態 一生高明廣漢殿
야수속아번복태 일생고명광한전
항아가 세속에서의 번복한 꼴을 부끄럽게 여겨, 한평생 광한전에 높게 밝았노라.
此心惟有淸風知 送白雲使藏玉面
차심유유청풍지 송백운사장옥면
이 마음 이런 줄을 맑은 바람이 알고, 흰구름을 보내어 얼굴을 가리게 하네.
蓮花倒水魚爲蝶 月色入海雲亦地
연화도수어위접 월색입해운역지
연꽃이 물에 거꾸로 서니 고기가 나비되고, 달빛이 바다에 비치니 구름 또한 땅이로다.
杜鵑花笑杜鵑啼 鳳凰臺役鳳凰遊
두견화소두견제 봉황대역봉황유
두견 꽃은 웃는데 두견새는 울고, 봉황대 역사하는데 봉황새는 놀고 있네.
白鷺渡江乘影去 皓月欲逝鞭雲飛
백로도강승영거 호월욕서편운비
백로가 강 건널 때 제 그림자 타고 가고, 흰 달이 가고자 할 때 구름을 채찍질하여 날리네.
魚變成龍潭有魚 風導林虎故從風
어변성룡담유어 풍도림호고종풍
고기가 변하여 용이 되었으나 못에는 고기가 있고, 바람이 숲 속에서 범을 끌어 냈으니 범이 바람을 좇아가네.
風來有迹去無迹 月前顧後每是前
풍래유적거무적 월전고후매시전
바람이 올 때는 자취가 있으나 가는 자취 없고, 달 앞에서 뒤를 돌아보면 언제나 앞이로다.
烟遮去路踏無迹 雲加峯上尺不高
연차거로답무적 운가봉상척불고
연기가 가는 길을 가리웠으나 밟아도 자취가 없고, 구름이 봉우리 위에 덮였으나 한 자도 높아지지 않네.
山在人多不曰仙 十爲皆丁未謂軍
산재인다불왈선 십위개정미위군
산에 사람이 많이 있다해서 신선이라 이를 수 없고, 열(十)이 모두 장정(丁)이라 해도 군사라고 할 수 없네.
月夜溪石去雲數 風庭花枝舞蝴尺
월야계석거운수 풍정화기무호척
달밤에 시냇돌을 구름이 세어 가고, 바람 뜰에 꽃가지를 춤추는 나비가 자질하네.
人入房中風出外 舟行岸頭山來水
인입방중풍출외 주행안두산래수
사람이 방에 들면 바람은 밖으로 나가고, 배가 언덕으로 가면 산은 물로 마주 오네.
花扉自開春風來 竹籬輝疎秋月去
화비자개춘풍래 죽리휘소추월거
꽃 문이 스스로 열림에 봄바람 불어오고, 대울타리 성글게 비치며 가을달이 지나가네.
影沈綠水衣無濕 鏡對佳人語不和
영침녹수의무습 경대가인어불화
그림자 물 속에 잠겼으나 옷은 젖지 않고, 거울이 아름다운 사람을 대했으나 말은 화답치 못하네.
勿水脫乘美利龍 問門犯虎那無樹
물수탈승미리용 문문범호나무수
물 수(水) 탈 승(乘) 미리 용(龍) 문 문(門) 범 호(虎) 나무 수(樹)
半月山頭梳 傾蓮水面扇
반월산두소 경연수면선
반달은 산머리의 빗이요, 기울어진 연잎은 수면의 부채로다.
烟鎻池塘柳 燈增海棹鉤
연쇄지당류 등증해도구
연기는 연못가 버들을 가리우고, 등불은 바다 노 갈구리를 더했더라.
燈明水上無嫌隙 柱似枯形力有餘
등명수상무혐극 주사고형역유여
등불이 물 위에 밝았으나 혐극이 없고, 기둥이 마른 것 같으나 힘은 남아 있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