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동학농민혁명 기념사 (광화문광장)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해외 동포 여러분! 오늘은 동학농민혁명 125주년입니다. 먼저 세상의 잘못을 바로잡고자 목숨을 걸고 일어나셨던 전봉준 장군을 비롯한 동학농민 선열들의 명복을 빕니다. 동학농민혁명의 진실규명과 명예 회복과 유적 복원에 애써오신 동학농민혁명유족회 최효섭 이사장님, 천도교 송범두 교령님,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이형규 이사장님, 역사학자 이이화 님 및 유관단체의 지도자와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뜻을 같이 해주신 문화체육관광부 박양우 장관님과 송하진 전북지사님, 정동영 대표님, 유성엽, 김두관, 박주현 의원님을 비롯한 내빈 여러분, 고맙습니다. 우리는 오늘 처음으로 동학농민혁명을 국가기념일로서 기념하고 있습니다. 사람을 하늘처럼 받드는 세상을 만들고자 했던 의로운 혁명이 125년 만에 비로소 합당한 인정을 받게 됐습니다. 동학농민혁명은 대한제국 시절과 일제강점기에 비적이나 폭도의 반란이었던 것처럼 매도됐습니다. 해방 조국에서도 한동안 ‘동학란’으로 불렸습니다. 4·19혁명 이후에도 ‘동학혁명’, ‘동학농민운동’, ‘갑오농민혁명’ 등으로 평가가 뒤섞였습니다. 그러다가 2004년 국회의 특별법 제정으로 비로소 ‘동학농민혁명’이라는 정명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올해 2월 유족과 관련 단체와 유관 지역들의 합의를 얻어 황토현 승전일인 오늘 5월 11일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했습니다. 오늘에 이르기까지 수고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를 드립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해외 동포 여러분! 동학농민혁명은 우리의 반만년 역사에서 가장 오랫동안, 가장 넓은 지역에서, 가장 많은 피를 흘린 민중항쟁이었습니다. 그것은 내용에서도, 규모에서도 서유럽의 근대혁명에 결코 뒤지지 않습니다. 첫째, 동학농민혁명은 우리나라 최초의 반봉건 민주주의 운동이었습니다. 동학농민들은 부패한 지배 세력과 탐관오리들의 가렴주구를 없애고 양반과 상민, 상전과 노비, 남자와 여자의 차별이 없는 사회를 만들려 했습니다. 둘째, 동학농민혁명은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적 개혁 운동이었습니다. 동학농민군은 노비문서를 불태우고, 청상과부의 재혼을 인정하며, 토지를 균등하게 분작하도록 했습니다. 셋째, 동학농민혁명은 우리나라 최초의 반외세 민족주의 운동이었습니다. 동학농민군은 경복궁을 무단 점거한 채 국정을 농단하고 이권을 차지하는 일본을 몰아내려 했습니다. 한양으로 진격하던 동학농민군이 공주 우금치에서 관군·일본군 연합군에게 패배했지만, 그때 불붙은 민족의식은 일제강점기로 이어졌습니다. 동학민초들의 염원과 분노는 25년 동안 응축됐다가 1919년 3‧1독립만세운동으로 폭발했습니다. 그때 발표된 기미독립선언의 민족대표 33인 가운데 동학을 이은 천도교 대표가 15명이었고, 그 중 9명은 동학농민군 출신이었습니다. 전봉준 장군과 함께 우금치 전투 등에 참여하셨던 천도교 지도자 손병희 선생은 33인의 맨 앞에 이름을 올리셨습니다. 그렇게 동학농민혁명은 3‧1운동으로 이어졌고, 3‧1운동은 10년 후 광주학생독립운동으로 계승됐습니다. 해방 이후의 4‧19혁명도, 5‧18민주화운동도, 6월 항쟁도 동학정신에 뿌리를 두었다고 저는 믿습니다. 2016년 겨울부터 이듬해 봄까지 계속된 촛불혁명도 잘못된 권력을 백성이 바로잡는다는 동학정신의 표출이었습니다. 우리의 민주민족 의식과 역량을 일깨우고 길러준 동학농민혁명은 정당하게 평가되고 영구히 기억돼야 합니다. 민간과 지자체와 정부는 동학혁명의 진상규명과 명예 회복과 유적 복원에 더욱 노력해야겠습니다. 정부는 이미 3천6백여 명의 동학농민혁명 참여자를 찾았고, 1만여 명의 유족을 등록했습니다. 지난해 4월에는 뜻있는 분들과 지자체가 국민 성금을 모아 동학 지도자 녹두장군 전봉준의 처형 장소인 종로 전옥서 터에 장군의 동상을 세웠습니다. 동학농민군 승전지 정읍 황토현 일대에 기념공원을 조성하는 사업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사람이 곧 하늘’이라는 인내천(人乃天)의 동학사상은 민주주의의 근본철학입니다. 문재인 정부도 ‘사람이 먼저’라는 믿음으로 모든 국정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모든 국민이 평화를 누리고 번영을 추구하는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를 실현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모든 국민이 더불어 잘 사는 ‘포용국가’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모든 국민이 법 앞에 평등한 ‘정의국가’를 구현하려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동학농민혁명 이후 계속된 국민의 투쟁과 희생으로 이룬 민주주의의 완성을 향해 흔들림 없이 나아가야 합니다. 민주주의는 단번에 완성되지 않습니다. 민주주의는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으로 끊임없이 도전받고, 새로운 과제에 직면합니다. 민주주의는 그러한 도전을 이겨내고 과제를 해결해나가는 기나긴 과정입니다. 정부가 앞장서겠습니다. 그러나 정부 혼자서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각계각층의 국민께서 동참해주셔야 민주주의가 진전할 수 있습니다. 그 길로 우리 모두 함께 가십시다. 그렇게 하겠노라고 동학농민혁명의 선조들 앞에 함께 다짐하십시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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