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도교경전에 인용된 인물고 32-도척(盜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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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도척(盜跖)
도척은 춘추전국시대의 노나라 사람이라고 한다. 그러나 일설에는 황제시대 사람이라고도 하고 혹 진나라 때 사람이라고도 하는데 도척이라는 척(跖)자는 혹 척(蹠)자로 쓰기도 한다.
도척은 유명한 유하혜(柳下惠「유하혜의 성은 전(展)이오 이름은 획(獲)이오, 자는 계금(季禽)이오, 시호를 혜(惠)라고 하는데 유하에 살았으므로 유하계 혹은 유하혜라 부른다고 함」)의 아우로 성질이 사나워 날마다 무고한 사람을 죽이고 재산과 부녀를 탈취하여 수천 명의 무리를 태산에 모아 천하에 포악한 큰 도적이었으므로 세상에서는 도철이라고 하였다는데, 장자(莊子)에 나오는 도척에 관한 이야기를 참고로 살펴보기로 하자.
공자와 유하계는 친한 친구였다. 유하계의 아우에 도척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도척은 부하 구천인을 거느리고 천하에 횡행(橫行)하여 제후를 침략하며 집과 문을 부수고 우마와 부녀를 탈취하는 등 남의 것을 탐내기만 하였으며, 부모와 형제를 돌보지 않고 선조의 제사도 지내지 않았다, 그가 지나는 곳에는 큰 나라와 작은 나라가 모두 성문을 굳게 닫고 모든 백성들은 무척 괴로워하였다. 공자느 유하계에게 말하기를 「대개 아버지로서는 반드시 그 자식을 잘 타이르고 형으로서는 반드시 그 아우를 잘 가르쳐야 하는데, 만약 아버지로서 가르치지 못하면 부모형제의 가까운 사이라 할지라도 귀할 것이 없을 것이다. 지금 선생은 세상의 재사(才士)인대 아우인 도척이 천하에 해를 끼치고 있는데도 잘 가르치지 못하니 나는 속마음으로 선생을 위하여 부끄러워 합니다. 청컨대 선생을 위하여 내가 가서 잘 달래어 보겠습니다」하니 유하계는 「지금 선생의 말씀 가운데 아버지로서는 반드시 그 자식을 잘 타이르고 형으로서는 반드시 그 아우를 잘 가르쳐야 한다고 하였지만 만약 자식이 아버지의 타이르는 말을 듣지 않고 아우가 형의 가르침을 받지 않으면 비록 선생의 말씀이 아무리 훌륭하다고 할지라도 어떻게 합니까. 더욱이 척의 사람됨이 마음은 솟는 샘과 같고 뜻은 부는 바람과 같으며 힘은 적을 막을 수 있고 말은 그른 것도 꾸며낼 수 있어서 자기 마음대로 쫓으면 기뻐하거니와 자기 마음을 거스리면 노하여 사람에게 욕을 보이기 쉬우니 선생은 반드시 가지 마십시오」 그러나 공자는 듣지 않고 제자인 안회로 수레를 몰게 하고 자공으로 수행(隨行)을 삼아 도척을 가보게 되었다. 공자는 수레에 내려 안내자에게 말하기를 「노나라 사람 공구(孔丘)가 장군의 훌륭한 소문을 듣고 잠깐 뵈오러 왔다고 여쭈어라」하니 그는 곧 이 뜻을 안으로 전하였다. 도척이 이 말을 듣고 크게 노하여 눈은 샛별같고 머리털은 위를 가리키면서 「요것 노나라의 거짓말쟁이 공구가 아니냐. 나의 말을 곧 전하여라. 너는 말을 만들어 문왕이 어떻고 무왕이 어떻고 떠들며 좋은 관을 쓰고 가죽띠를 두르고 사리에 맞지 않는 말을 많이 하여 밭을 갈지 않으면서도 잘 먹고 베를 짜지 않으면서도 잘 입으며, 입술과 혀를 눌려 무엇이 옳다 그르다 떠들어대면서 천하의 임금을 속이는 동시에 천하의 선비로 하여금 그 근본에 돌아오지 못하게 하며 공연히 효제가 어떠니 인륜이 어떠니 떠들고 다니지만 실은 어떤 지위나 부귀를 바라는 자니 너의 죄는 커서 실로 죽여 마땅하도다. 빨리 돌아가지 않으면 내가 장차 너의 간을 내어 점심 반찬으로 삼으련다」 그러나 공자는 안내자의 전하는 말을 듣고 다시 「나는 유하계의 사랑을 받고 있는 처지인데 잠깐만 뵈옵기를 원합니다」하고 간청하였다. 안내자가 다시 뜻을 전하니 도척은 「그러면 들어오게 해라」 공자는 정신없이 빨리 들어가 도척에게 인사를 하였다. 도척은 크게 노하여 두 다리를 쭉 펴교 검을 만지며 눈을 부릅뜨고 호랑이 같은 소리를 내어 말하기를 「구(丘)야 앞에 가까이 오너라. 네말이 내 뜻에 맞으면 살 수 있지만 내 마음에 거슬리면죽으리라」
이어 공자는 「제개 들은 바에 의하면 천하에 세 가지 덕이 있다고 합니다. 나면서부터 체경이 장대하고 인물이 잘나서 젊은이나 나이 많은 사람이나 귀한 사람이나 천한 사람이나 보고 모두 기뻐하는 것은 상덕이요, 천지의 이치를 알고 모든 사물을 가려 말을 잘하는 것은 중덕이오, 용감하여 많은 부하를 거느리고 있는 것은 하덕인데, 누구나 이 중에 한 가지 덕만 있어서도 임금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지금 장군께서는 이 세 가지를 다 겸하고 있어 키가 여덟자 두치요 얼굴과 눈에 광채가 있고 입술은 빨갛고 이빨은 희고 가즉하며 말소리는 종소리와 같은 데도 세상에서 도척이라고 하니 저눈 속으로 장군을 위하여 부끄러워 합니다. 장군께서 신의 말을 들을 의사가 있으면 신이 남쪽으로 오나라와 월나라에 가고, 북쪽으론 제나라와 노나라에 가고, 동쪽으론 송나라와 위나라에 가고, 서쪽으론 진나라와 초나라에 가서 장군을 위하여 큰 성을 수백리나 쌓고 수천만호의 고을을 만들어 장군을 높여 제후로 삼게하는 동시에 천하를 새롭게 하여 전쟁을 없애고 군대를 쉬게 하며 형제를 잘 거두어 기르고 선조의 제사도 잘 지내게 할 터이니 이것은 성인재사의 행할 바인 동시에 천하의 소원입니다」하니
도척은 크게 노하여 「구야 앞으로 다가 오너라. 대개 이(利)로써 규정을 짓고 말로써 간할 수 있는 자는 다 어리석은 백성들 뿐이니라. 지금 키가 크고 얼굴이 잘나서 누구나 보고 기뻐하는 것은 우리 부모의 유덕인데 네가 나를 칭찬하지 않은들 내가 그것쯤이야 모르겠느냐. 또 내가 들은 바에 의하면 얼굴을 맞대고 칭찬하기를 좋아하는 자는 역시 돌아서서는 헐뜯기를 좋아한다고 하는데 지금 네가 나에게 큰 성(城)과 많은 백성 어쩌구 저쩌구하니 이것은 나를 이(利)로써 규정지으려 하고 보통 백성으로 나를 취급하려는 것이니 어찌 그것이 장구할 수 있겠느냐. 성이 큰 것은 천하보다 더 큰 것이 없는데 요순이 천하를 가졌어도 자손은 송곳 세울 자리가 없었고 탕(湯)임금과 무왕이 천자가 되었어도 후세에 대가 끊겼으니 모두 천하라는 그 이(利)가 큰 때문이 아니었느냐. 또 내가 들으니 옛적에는 금수가 많고 사람이 적어서 백성들이 나무에 집을 짓고 피하며 낮에는 도토리와 밤을 주워 먹고 밤에는 나무 뮈에 살았기 때문에 유소씨(有巢氏)의 백성이라고 하였으며, 또 옛적에는 백성들이 옷을 지어 입을 줄을 모르고 여름에는 나뭇잎과 풀을 많이 깔고 겨울에는 불을 피웠기 때문에 지생지민이라고 하였고, 신농씨 때에는 자리에 누으나 일어서나 편안하였는데 백성들은 어머니만 알고 아버지는 알지 못하였으며 사슴과 함께 살고 밭갈아 목고 베짜서 옷을 해입어 서로 해하는 마음이 없었으니 이것은 지극한 덕이 융성한 것이라. 그런데 황제가 덕을 쌓지 못하여 치우(蚩尤)와 탁록(涿鹿)의 들에서 싸워 유혈이 백리에 이르럿으며, 요순은 여러 신하를 두고 , 탕임금은 걸을 내쫓고, 무왕은 주를 죽였는데 이때부터 강한 자는 약한 자를 누르고 많은 자는 적은 자를 못살게 굴었으니 탕무(湯武)때부터는 모두 난폭한 무리들이다. 이제 네가 문무의 도를 닦고 천하의 구변을 갖고 가지고 후세를 가르치며 의복과 띠를 두르고 말과 행동을 꾸며대어 천하의 임금을 속이는 동시에 부귀를 구하고자 하니 도적으로서는 너보다 큰 도적이 없는데도 천하는 왜 너를 도구(盜丘)라 하지 않고 도리어 나를 도척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너는 달콤한 말로 자로(子路)를 달래어 높은 관을 벗어버리고 긴 칼을 풀어 놓고 가르침을 받게하여 천하는 모두 말하기를 공구가 사나운 짓을 못하게 하고 나쁜 행동을 금하게 하였다고 하나 결국에 가서는 자로가 위나라 임금을 죽이려다가 실패하여 몸은 소금에 젓담겨 위나라의 동문위에 매달렸으니 이것은 너의 가르침이 부족한 탓이라. 네가 스스로 재사성인이라고 하지만 노나라에서는 두 번 쫓겨났고 위나라에서는 자취를 감추었으며 제나라에서는 궁하게 되었고 진나라와 채나라 사이에서는 포위를 당하여 천하에 몸둘 곳이 없었으며, 자로를 가르쳤다는 것이 결국 그를 죽게 하여 위로는 자신을 위하지 못하고 아래로는 남을 위하는 일이 못되게 하였으니 너의 도가 어찌 귀하다고 하겠느냐. 세상에서 높이는 것은 황제같은 이도 없는데 황제도 덕을 온전히 못하여 탁록(涿鹿)의 들에서 싸워 유혈이 백리에 이르렀으며, 요임금은 자식을 사랑하지 못하였고 순임금은 아버지의 미움을 받았으며, 우임금은 고생만 하였고 탕임금은 걸을 내쫓고, 무왕은 주를 치고, 문왕은 유리(羑里)에 갇혔으니, 이 여섯 사람은 세상에서 높이 보는 사람이지만 모두 이(利) 때문에 참된 도리를 잃고 무리하게 그 천성을 고쳤으니 그 행동은 참으로 부끄러운 것이오, 또 이 세상에서 이르는 바 어진 선비라는 것은 백이와 숙제인테 벡이와 숙제는 고죽이라는 나라의 임금 자리를 사양하여 수양산에서 굶어죽어 장례도 지내지 못하였으며, 포초(鮑焦)라는 사람은 자기의 행실만 깨끗이 알고 세상을 나쁘게 생각하다가 나무를 안고 말라 죽었으며, 신도적(申徒狄)이라는 사람은 간(諫)하다가 듣지 않으니까 돌을 짊어지고 하수에 투신 자살하였으며, 개재추는 지극한 충신이라 자기의 다리살을 베어 문공을 먹였지만 문공이 후에 이것을 알아주지 않자 개자추는 불평을 가지고 산에 들어가 나무를 안고 불타 죽었으며, 미생이라는 사람은 여자와 다리밑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하고 오지 않는 여자를 기다리다가 물이 불어 다리기둥을 안은 채로 죽는 몸이 되었으니, 이 여섯 사람은 개나 돼지 또는 거지의 죽음과 같아서 모두 이름 때문에 죽음을 가볍게 보고 본래의 수명을 기를 것을 생각하지 않은 자들이오 또 세상에 소위 충신이라는 사람은 왕자 비간과 오자서 같은 이가 없는데 오자서(伍子胥)는 강물에 던져진 몸이 되었고 비간은 엽통이 갈라져 죽는 몸이 되었으니, 두 사람은 세상에서 이르는 바 충신인 데도 결국 천하에 웃음꺼리가 되고 말았으니 이렇게 보면 오자서와 비간도 귀하게 여길 것이 없는지라, 네가 내게 대하여 귀신에 관한 말을 하면 내가 혹 알 수 없지만 인사에 관한 이야기라면 불과 이런 것일 터이니 그것은 내가 이미 다 들어서 아는 터이다.
지금 내가 너에게 사람의 감정으로써 설명할 터이니 들어봐라. 대개 눈은 좋은 빛을 보고 싶어하고 귀는 좋은 소리를 듣고 싶어하고 입은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어하고 뜻과 기운은 마음대로 되기를 바라는지라 사람의 상수(上壽)는 뱍세요, 중수(中壽)는 팔십이오, 하수(下壽)는 육십인데 그 중에 병(病)과 상사(喪事)와 기타 근심 걱정 등을 제하면 실로 웃음으로 지내는 기간은 한달에 불과 4, 5일 뿐이라, 천지는 무궁하고 사람은 때없이 죽기 마련인데 아무 때나 죽는 짧은 목숨으로 무궁한 천지에 몸을 의탁하는 것은 실로 잠깐동안이 아니냐. 그동안에 뜻을 기쁘게 못하고 수명을 기르지 못하면 도를 통한 자가 아니라, 네가 말하는 것은 취할 것이 없으니 빨리 돌아가 다시는 말하지 말라. 너의 도는 미츤 듯이 급급하면서 사람을 속이는 거짓된 일 뿐이오 완전한 참된 진리가 아니니 다시 무엇을 논하리오」 이 말을 들은 공자는 공손히 절을 하고 문을 나와 수레에 올랐는데, 어찌나 정신이 없던지 말고삐를 세 번씩이나 잘못 잡았고 눈은 보이지 않고 얼굴은 잿빛같이 되어 몸을 수레에 기댄 채 머리를 숙이고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였다.
수레는 어느덧 노나라 동문밖에 다달아 마침 유하계를 만났는데 유하계는 「요사이 며칠 못보았소. 수레와 말을 보니 어데를 갔다온 것 같은데 그간 척을 만나본 일이라도 있습니까」하니 공자는 앙천탄식(仰天歎息) 하면서 「그렇습니다」하고 대답하였다. 유하계는 다시 「여전히 자기 뜻을 굽히지 않습니까?」, 「예 그러하더이다. 나는 실로 아픈데 없이 뜸뜬 격이 되었습니다. 하마터면 호랑이 입을 벗어나지 못할 뻔 하였습니다」
이상은 장자 도척편에 나오는 내용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유하계와 공자가 친한 친구였다고 하지만 역사적 고증에 의하면 두 사람 사이에 약 100년의 차이가 있어 서로 친구가 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하니 이것은 일종의 우화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장차 거협편(胠篋篇)에 나오는 도척과 관계되는 문구를 한 가지만 더 참고로 살펴보기로 하자.
도척의 무리가 도척에게 묻기를 「도적질 하는데도 도가 있습니까?」하니 도척이 대답하기를 「어디간들 도가 없겠느냐. 집속에 간직한 것을 생각하는 것은 성(聖)이요, 먼저 들어가는 것은 용(勇)이요, 뒤에 나오는 것은 의(義)요, 가부를 아는 것은 지(知)요, 고루게 나누어 가지는 것은 인(仁)이니, 이 다섯 가지를 갖추지 못하고서는 천하에 큰 도적이 될 수 없느니라」하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맹자는 「닭이 울면 일어나 부지런히 선한 일을 하는 것은 순임금의 무리요, 닭이 울면 일어나 부지런히 이(利)되는 일만 하는 것은 도척의 무리라」고 하였으며, 순자는 「착한 일이 적고 착하지 못한 일이 많은 것은 걸주(桀紂)와 도척(盜跖)이라」고 하며 유가(儒家)에서는 심하게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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