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월신사님의 향기 ...... 최 석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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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 수 형(絞首刑)
- 해월신사님의 향기
최석운 / 시인
남산에 올라
저 굽이쳐 흐르는 한강 쪽 남향이거나
아니면 높은 빌딩 숲의 북향이거나
이 나라 지도처럼 허리 굽은
노송의 가지하나 골라
나를 메어 단다.
축 늘어진 나의 시신
어디에도
신사님을 닮은 향기
한 올 피어오르지 않고
때 절고 때 절은
악취 뿐.
교만과 허세와 나태와 욕심이
덕지덕지 켜로 쌓인
이 육신을 치장하고,
신사님의 그늘에서
그 분의 빛나는 얼굴을 보며
그 분을 찬양하며
스물 한자 주문을 입에 달면,
그 분의 거룩한 향(香)
그 향의 일말(一抹)이라도
닮는 줄 알았다 나는
어리석게도 참으로 어리석게도.
“남산 위의 저 소나무” 가지에
바람 소슬이 불면
눈물어린 신사님 체취이듯
한울과 사람과 일체의 만유가
어우러진 지기(至氣)
그 향기 가슴 가득
깨자 깨어나자 깊은 일상에서
나의 목을 메어달고
다시는 어리석지 않기 위하여.
해월신사 순도 100주년 추모시 (신인간 1998.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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