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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이나부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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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최동환
    댓글 댓글 0건   조회Hit 7,417회   작성일Date 12-05-11 09:48

    본문

    종이나부랭이


    분쇄한다

    철재 톱니바퀴로

    일한다는 건 쓰고 전하고 버리고

    하아얀 종이나부랭이들을

     

    시베리아 바늘 침을 달고 선 푸른 전나무를 자르면

    눈 덮인 광야가 펼쳐진다

    날카로운 이를 가진 호랑이가 먹어치우듯

    시장은 전나무를 게걸스럽게 먹어치우고 만다

     

    적도 태고적부터 하늘 땅 강물 머금은 늘 푸르러 넓은 잎 나무들도

    고향을 지킬 수 없네

    커다란 하마 같은 입을 가진 시장은 거침없이 먹어치우곤 한다

     

    잎거름이 깊게 쌓인 아마존강가 낚시하여 먹고 자란 넉넉한 하늘 가린 잎들 안고 서있는 나무들도 온데간데 없다

    철사도 끊어 버릴 듯 한 억센 악어 이빨같은 시장은 덥석 먹어 삼킨다

     

    도시는 그냥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는 것으로 살찐다

     

    일을 마치면서 즐거운 얼굴로 태연하게 분쇄하고 있다

    살을 발라내고 뼈를 갈아버리면서도 그들의 아픔을 느끼지 못하면서

    시장은 상인과 고객들의 즐거움으로 마냥 들떠 있다

     

    그런데

    강물도 노랗다

    땅도 노랗다

    하늘도 노랗다

    -1-

    반사하는 햇빛만이 수은등처럼 빛을 발하는 별이 되어버리면

    누가 누구를 기억하며 노래하고 춤출 것인가

    종이나부랭이가 귀하디귀한 세상이 기어코 오려는가

     

    그런데 말이다

     

    뇌수에 가득한 지혜는 샘솟듯 하여 씨앗을 뿌릴 줄 안다

    시베리아 적도 아마존 고비사막에서도 파아란 새 싹 움트면

    다시 늘 푸른 나무 우뚝우뚝 자라고

    메마른 모랫강엔 맑은 물이 소용돌이 치고

    땅별은 노래하고 춤춘다

     

    발걸음도 가벼운 상인과 고객은 다정다감 하다

     

     

    포덕153(2012)년 3월 22일/해원 최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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