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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탐방기 2.] 독일 - 탈핵 추진의 원동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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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전희식
    댓글 댓글 0건   조회Hit 13,389회   작성일Date 12-04-03 13:17

    본문

    독일 탐방기 2. 입니다.

    신인간 이번 3월호에 실렸습니다. 지면관계상 사진들이 많이 못 실렸는데 이곳에서는 몇 장 더 보강했습니다.

    다음달 4월 호에 마지막 3회가 실립니다. 정성을 모아 주신 한울연대 회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목암 전희식)

     

    [독일탐방기 1. ] - 오늘도 우리집에서 만드는 핵 쓰레기 <----- 클릭 하시면 바로 이동됩니다.

    해외기획취재 ②

    독일 - 탈핵 추진의 원동력은?

    해외기획취재 ②

    독일 - 탈핵 추진의 원동력은?

    촌놈이 도시에 첫 발을 내딛을 때부터 늘 하는 버릇이 있다. ‘우리 동네는 아직도...’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모든 것을 자기가 사는 동네와 비교하면서 도시를 부러워한다. 부러워 할 뿐만 아니라 도시의 모든 모습을 일단 최고의 가치, 최고의 발전으로 두고서 찬양한다. 그러다보니 애꿎은 시골 고향동네는 버림 받은 처지가 된다. 물론 70년대 얘기다.

     

    필자가 처음 독일에 가서도 그랬다. 자꾸 한국과 비교하면서 소소한 것들마저도 다 독일을 표준으로 삼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지금은 귀국한지 며칠 지나는 시점이라 제법 냉정을 되찾았다. 그런 점을 감안해서 기록을 하려고 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듯이 예습을 해 둬야 눈에 제대로 보일 것이라고 믿고 이것저것 책자도 많이 보고 다큐도 찾아서 봤다. 핵발전소와 에너지에 대해 공부를 하면 할수록 궁금한 게 눈덩이처럼 커져갔다. 오죽하면 학원에서 자격증 시험을 대비하여 강의하는 화력발전소와 핵발전소의 기술 강의 동영상까지 봤으며 미국의 내셔널지오그래픽 채널에서 방영한 핵발전소 구조와 원리에 대한 홍보 영상까지 봤을까.

     

    물론, 우리나라에서 나온 일방적인 핵발전소 찬양자료와 티브이 방송물도 봤다. 그리고 나서 독일에 갔으니 웬만해서는 감동을 쉽게 안 하고 가려서 접수 할 태세는 갖추었던 셈이다.

    어두운 독일 - 밝은 미래

    어쩔 수 없었다. 촌놈임을 부정 할 수가 없었다. 중국, 일본, 동남아, 인도, 호주 등 제법 외국을 많이 가 봤고 더구나 북유럽 쪽으로 다섯 개 나라를 두루 다니며 그곳의 복지와 산업을 둘러보기까지 한 나였지만 위기에 처한 에너지 문제에 대한 독일의 대응은 단순히 탈핵이라는 과제를 넘어 서 있는 것으로 보여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독일 베를린 공항에 도착 한 것은 지난달 14일 늦은 저녁시간이었다. 작년 6월에 있었던 독일 1차 견문단의 보고서 <탈핵 르네상스를 맞은 독일을 가다>를 다 읽었기 때문에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베를린 시가지가 이렇게 어두울 줄은 몰랐다. 아무리 밤이지만 너무하다고 여겨졌는데 알고 보니 낮 시간대의 관공서도 식당도 호텔도 다 어두웠다.

     

    밤길의 자동차는 가로등 불빛에 의지하여 가기보다 자기 헤드라이트로 가고 있었고 사람들은 밤 뿐 아니라 낮의 식당과 사무실에서도 동공을 바짝 키워 눈을 밝게 빛내야했다.

     

    어느 동행자가 떠도는 얘기 하나를 소개했다. 북한사람은 전기가 모자라니 선 그라스는 낄망정 도수 안경은 안 쓰지만 남한 불빛은 너무 밝고 현란해서 죄다 도수 안경을 쓴다고. 밝은 불빛은 눈을 상하게 한다. 전기를 과도하게 쓰는 것은 지구온난화에 지대한 공헌을 하는 셈이기도 한데 우리나라 1인당 전기 소비량은 우리보다 산업이 훨씬 발달한 나라들을 가볍게 제치고 세계 2위다. 1위는 미국인데 뭐든 미국 꽁무니를 바짝 따라가려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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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거리에서 구역자급 에너지 상징>

     

     

    국민 총생산 대비 제조업부문의 전기 소비량은 미국의 1.47배다. 일본의 2.22배, 영국의 2.23배, 영국의 2.17배다.

     

    탈핵의 첫 번째 금언은 역시 ‘절약’이다. 핵발전소를 없애자고 하면 당장 그 만큼의 전기를 내 놔라는 식의 추궁을 받게 되는데 탈핵의 기본 정신은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이 독일방문의 첫 교훈이다. 절약도 그냥 절약이 아니라 불편을 넉넉히 감수하는 절약이었다. 지혜가 번쩍이는 절약이었다.

     

    지하철을 타고 이상한 현상을 발견했다. 문이 열리지 않는 것이었다. 단추를 눌러야 열렸다. 참 불편했다. 내릴 손님이 없는 출입구는 문을 열지 않아 따뜻한 내부 공기를 밖으로 내 보내지 않는 것이었다. 타는 손님도 단추를 눌러야 문이 열렸다. 호텔의 승강기도 ‘닫음’ 단추 자체가 없는 곳이 있었다. 곳곳이 불편했다. 인위적으로 여닫는 과정에서 전기 소비가 많기 때문이란다.

     

    대안적인 대책에는 필연적으로 뒤따르는 게 바로 ‘불편’이다. 여전히 편리하고 그러면서도 대안이 되는 것은 없다고 보면 되겠다. 식량과 건강문제는 입맛이 길들여져 있는 육식을 그만두는 불편함이 있고, 교통문제와 대기오염문제는 자가용을 버리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불편이 있다. 다 그렇다.

    표를 끊기는 하는데 받지는 않는 지하철

    지하철 얘기를 하나 더 하려 한다.

    개찰구와 집표대가 없었다. 다 트여있었고 사람들이 그냥 마음대로 타고 내렸다. 지하철과 버스가 연동되는데, 행선지에 따라 구역별로 표를 끊던지 한 달이나 일 년 단위의 기간별로 표를 끊어서 마음대로 타고 내렸다. 이를 보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시민 양심존중 지하철’이라고 불렀다는 얘기를 들었다. 필자는 다른 해석 하나를 덧붙였다. 시스템의 편의보다 시민 신상 정보권을 존중하는 국가체제라고 느낀 것이다.

     

    우리가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 할 때 쓰는 교통카드나 신용카드는 그 사람의 정보를 고스란히 기록한다. 언제 어디서 어디로 갔는지, 가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렸는지를 다 파악해 저장한다. 사건 사고가 생기면 경찰은 시시티브이(CCTV)를 꺼내들고 금새 범인의 도주로를 알아낸다. 곳곳에 깔려있는 이런 장치를 기뻐해야만 할 일은 아니다.

     

    태양전지로 불을 밝히는 엘이디(LED) 가로등이나 역시 태양전지판을 세워 전기를 자체 공급하는 거리의 자동주차 시스템도 인상적이었다. 우리처럼 전력거래소를 통한 중앙집중방식이 아니라 에너지를 구역 또는 지역별로 자급하는 것이 눈에 띄었다. 위험요소의 분산이다.

     

    건물마다 에너지등급표가 붙어 있었다. 건물의 단열기준을 무척 강화했다고 한다. 3중창과 고효율 단열재가 필수다. 우리나라가 1990년에 비해 2010년은 에너지 사용이 4배나 늘었지만 독일은 2001년에 비해 2010년은 85% 수준으로 줄었다. 미국은 가입 자체를 거부한 도쿄의정서에 따라 2012년까지 1990년 대비 21%의 이산화탄소 감축의무를 이행해야 하는 독일은 이미 22%를 감소해 목표를 달성해버렸다.

    열효율 강화와 무지막지한 절약. 이 과정에는 지혜도 필요하지만 필연적으로 불편이 따른다. 그 불편을 독일은 감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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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전거 신호등>

     

     

    지붕위에 태양전지판이 즐비했고 가는 곳 마다 풍력발전기가 우뚝 우뚝 서 있었다. 이른바 재생에너지. 기름이나 석탄, 가스 등은 한 번 쓰고 나면 쓰레기만 잔뜩 남기고 다시 쓸 수 없지만 바람이나 물, 햇볕은 쓰고 또 쓸 수 있다. 물레방아를 돌리고 전기를 만든 물은 여전히 흐르고 흘러 대지를 적신다. 햇볕으로 온수를 만들고 전기를 만들어도 태양은 내일 다시 의연하게 떠오른다.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면서 전기나 더운물을 펑펑 쓸 수는 없다. 당장의 생산비는 화석연료보다 비싸기 때문이다. 초 절약을 몸에 익힐 때만 재생에너지로 에너지 전환을 하는 의미가 있다.

    탈핵 에너지전환의 세 가지 길

    지난달 22일 날짜로 일본의 핵발전소가 또 하나 꺼졌다. 이로써 일본에 있는 핵전 54기 중 단 2기만이 가동 중이다. 가동율 4%다. 그런데 이마저도 곧 멈추게 된다. 3월과 4월에 각각 정기 안전점검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꺼진 핵발전소가 쉽게 켜질 것 같지는 않다. 작년 3월의 후쿠시마 대 참사 이후에 차례차례 꺼지기 시작한 핵발전소들은 정기점검을 무사히 마쳤지만 단 한기도 재가동 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점검을 마친 핵발전소가 재가동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승인이 있어야 하지만 정부승인 기준은 이미 유럽위원회보다 더 강화되어 있다. 작년 5월에 ‘간 나오토’ 일본 총리는 주변의 반발을 무릅쓰고 핵전 안전점검 기준을 강화시켰다.

     

    정부의 승인이 나더라도 쉽지 않은 다음 관문이 기다리고 있다. 해당 지자체 단체장의 승인이다. 핵발전소 지역의 주민 여론을 무시할 수 없는 자치단체장이 재가동을 쉽게 승인 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중앙정부에서 임명하는 자리가 아닌 이상.

     

    멈춰 선 52기의 핵발전소 중 가장 먼저 가동이 중단되었던 17기는 이대로 폐로 될 가능성이 있다. 쓰나미와 지진 위험도가 높은 지역으로 판정되었기 때문이다. 1만 6천명이 사망했고 앞으로도 100만 명이 이상이 죽어 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에 대한 일본의 충격이 얼마나 큰지 가늠 할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도 현지에는 1945년 히로시마 핵폭탄 투하 당시보다 45배나 많은 방사능이 검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후쿠시마의 충격은 일본만이 아니다. 탈핵을 선언하는 나라들이 줄을 잇고 가까운 중국도 핵발전소 추가 건설에 대한 재검토에 들어갔다. 한국의 대통령만 용감하다. 개의치 않고 원래 계획대로 핵전도 더 짓고 수출도 할 모양이다. 21기의 핵발전소를 그대로 팽팽 돌리고 있고 최근에 2기의 핵발전소를 추가로 시험가동하기 시작해서 총 23기가 돌아가고 있다. 5기는 계속 건설 중이다. 핵을 무서워하지 않는 대통령을 가진 백성들은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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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붕에는 태양광 판들이 올려져 있다.>

     

     

    1986년도에 터진 체르노빌 핵전 사고 이후 탈핵 시나리오를 짜서 추진하는 독일을 보면 그렇다. 체르노빌은 독일의 지방 도시가 아니다. 후쿠시마와 한국의 거리만큼이나 되는 1,300킬로미터 밖의 구 소련 도시였다. 당시에 독일은 방사능 오염을 우려하여 모든 농작물을 갈아엎었고 진열대의 모든 유제품을 폐기했다. 외국에서 들여오는 농산물은 방사능 검사를 철저히 했다. 핵전을 더 이상 짓지 않은 것은 물론이다. 독일 사람들이 유독 겁이 많아서일까? 이번에 독일에 갔었지만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덩치로 보나 국력으로 보나.

     

    우리나라는 핵발전소 수로는 세계 5위지만 밀집도로는 세계 1위다. 반경 30킬로미터 아내의 주민수는 울진이 6만명, 월성이 109만명, 고리가 322만명에 달한다.

     

    그렇다면 핵발전소를 완전 폐기하기로 한 독일은 겁쟁이가 아니라면 바보인가? 싸고 깨끗하고 안전하다는 핵전을 포기한 그들의 선택이 궁금했다. 체르노빌에 더 가까이 있는 폴란드나 벨기에보다도 더 신속하고 철저하게 탈핵으로 나아가게 된 배경은 뭘까?

    독일의 탈핵 추진력은 어디서 나오나?

    독일의 이런 모습은 유럽에서도 독보적이다. 우리 일행이 방문했던 체르노빌 핵전 사고 때 이미 독일은 탈핵이 공론화되었고 1999년에 사회민주당과 녹색당 연합정부가 구성되면서 신규 핵발전소 건설의 중단과 기존 핵발전소의 폐쇄를 결정했다. 2002년에는 2022년까지 모든 핵발전소를 폐쇄하는 「상업적 전력생산용 핵에너지이용의 단계적 폐지법」(Gesetz zur geordneten Beendigung der Kernenergienutzung zur gewerblichen Erzeugung von Elektrizität, 일명 「탈핵법」)을 제정했다. 진보 좌파 정부가 탈핵을 주도했다.

     

    보수 우파인 기독교민주동맹과 자유민주당이 연정을 꾸린 2008년에 이 모든 것이 뒷걸음질 쳤다. 메르켈 정부는 탈핵 정책을 버리고, 2010년 말 노후 핵전 17기의 수명을 2021년까지, 나머지 핵전은 2036년까지 연장하는 결정을 내려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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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폐기 한 핵 발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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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로 이 핵발전소 동네에서 백혈병으로 자식을 잃은 부모의 시위>

     

     

    시민들의 대대적인 저항이 시작되었다. 25만여 명의 시민들이 베를린, 함부르크, 뮌헨, 쾰른 등 4개 거대도시에서 핵전 반대 시위를 벌였다. 이 시위는 100여개 도시로 확대됐다. 보수 우파정부는 위기를 절감했다. 작년 3월말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와 라인란트-팔츠 주 지방선거와 5월초 실시된 브레멘 주 지방선거에서 잇달아 참패했다. 독일 역사상 처음으로 녹색당이 주 지사 선거에서 이겼다. 각성된 시민의식이 원동력이었다.

     

    반 핵전 여론을 간파한 메르켈 총리는 신속하게 움직였다. 선거 참패 즉시 ‘안전한 에너지 공급 윤리위원회’를 구성했고 “2021년 핵전 완전 폐기”를 담은 이 윤리위원회 보고서의에 따라 노후 또는 고장으로 멈춰선 핵전 7기와 크뤼멜(Krümmel) 핵전을 즉각 폐쇄 조치했다. 또한 2021년 말까지 핵전 6기를 추가로 폐쇄하고 2022년 말까지 마지막 3기를 영구 폐쇄하는 단계적 탈핵 계획을 확정지었다.

     

    우리 일행이 방문한 독일환경보전연맹 분트(BUND: Bund Fur Umwelt und Naturschutz Deutschland)는 회원이 50만 명이라 했다. 유명한 국제환경단체인 그린피스(Greenpeace) 독일본부에 가 봤더니 상근자만 200명이었다. 역시 회원이 57만 명이라고 했다. 3만 5천여 명으로 알려진 한국 최대의 환경단체인 환경운동연합과 큰 차이를 보인다. 

     

    이런 힘이 어디서 나올까? 영국도 프랑스도 독일처럼 핵발전소 위협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눈치다. 유독 독일만이 특별하다. 각성된 시민의식이 이런 정책을 만들게 했고 곡절이야 겪지만 끝끝내 추진시켜내는 힘이라고 한다면 어떻게 하여 독일 사람들이 이렇게 의식이 형성되게 된 것일까?

    같이 간 교수님 한 분의 설명은 참 인상적이었다. 젊을 때 독일에서 공부를 하신 분이 들려주는 설명이라 수긍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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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단체 분트>

     

     

    나찌의 경험이 있는 독일은 역사와 세상에 대한 부채의식이 있어서 지구촌에 누가 되는 일은 극구 회피하려는 집단의지가 작용했을 거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일본은 동북아시아에 대해서 뿐 아니라 2차 대전의 동맹국으로서의 세계에 부채의식이 있어야하지 않는가. 세계에 대한 부채의식의 발로라기보다는 일상생활에 대한 관심과 성실성을 꾸준히 사회화 해 온 결과가 아닐까 싶었다.

    공동체마을 제그(ZEGG)

     

    80여명이 사는 아담한 마을이라면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습은 30여 가구쯤 되는 작은 시골마을일 것이다. 시골마을은 맞는데 우리와 많이 달랐다. 베를린의 남서쪽 100킬로미터 지점에 있는 제그는 야트막한 산기슭에 자리 잡고 있었다.

     

    공공건물과 예술작품들이 동네에 잘 배치되어 있었는데 주민들이 각자의 특기와 취향을 드러 낸 것들이었다. 이곳의 생활방식은 ‘남을 헐뜯지 않고 하고 싶은 것을 다 하면서 사는’것이라고 한다.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올법한 얘기지만 누군가를 탓하지 않고 산다는 건 자신에 대한 깊은 통찰 없이는 불가능하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다 할 뿐인데 그것이 남의 하고 싶은 것을 북돋워주는 것이 되는 관계. 노자의 도덕경에 나옴직한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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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그 공동체. 주로 자전거 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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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벽을 잘 꾸몄다.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따뜻하게 하는 담쟁이>

     

     

    인도 남부의 타밀주에 있는 오로빌 공동체에도 가 봤고 야마기시 공동체에도 가 봤지만 이곳은 또 색다른 삶의 방식이 있었다. 에너지 자립에 대한 앞선 시스템이 그것이다. 그 작은 마을에 발전소가 있었다. 폐목을 이용한 온열기와 태양전지를 이용한 발전소. 건물마다 생태 지혜를 이용한 견고한 단열보강 구조도 인상적이었다.

     

    빗물 재활용 장치가 군데군데 있었다. 사실 장치라고까지 할 것도 없다. 지붕에서 흘러내리는 빗물을 물받이통에 모으는 것일 뿐이다. 청소나 빨래, 화장실 내릴 물 등을 최고급 1급 식수인 수돗물을 쓴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멍청이 바보짓인데 그걸 우리는 여태 하고 있다.

    자연 채광을 하는 지붕 하늘창이 여럿 있었다. 낮에는 방안이 훤하다. 내가 사는 집도 직사광선을 피하기 위해 북향으로 하늘 창을 냈는데 이곳도 그렇게 해 놓아서 반가웠다.

     

    현대문명의 산적한 과제들, 예컨대 환경오염이나 식량문제, 에너지문제, 교육문제, 문화와 놀이, 전통, 건강 등은 개인이 아등바등 해도 풀릴 수 없는 문제다. 자본주의 체제아래서는 개인의 노동과 능력은 사기를 치거나 누군가를 착취하지 않는 한 모래사장에 물 새듯 여기저기로 찢겨져 새나간다.

     

    개인 소유에 대한 제한과 공유의 몫을 넉넉히 하는 것. 욕망에 대한 자발적인 조절과 통제. 개인의 삶을 집단이 보장하고 집단의 존속을 개인으로 떠받히는 공동체마을은 그래서 많은 사람들의 바람이 되고 있는 것이다. 제그에서는 연중 여러 프로그램과 축제가 있다. 외부인들의 줄지은 방문을 접수하고 안내하는 팀이 따로 운영된다. 더구나 우리 돈으로 한 달에 75만 원 정도면 가서 살아 볼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내방객 대상의 프로그램 운영과 임시 거주를 통해 상당한 경제력을 확보하는 것으로 보였다.

     

    오늘 제그의 누리집인 www.zegg.de 에 들어가 봤더니 남한에서 새로운 난방시스템을 알아보기 위해 찾아 왔었다는 소식이 올라 가 있다. 구글에서 개발한 ‘크롬’이라는 브라우저를 쓰면 조악하긴 해도 독일어 사이트가 한글로 번역되어 서비스된다.

     

    그곳의 안내자가 자랑삼하 하는 이야기로는 30여년의 역사 동안 제그 마을 주변에 4개의 공동체 마을이 더 생겼다고 하는데 이처럼 자립하는 마을공동체가 독일의 탈핵 선언을 가능케 하진 않았을까 싶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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