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진년 새해 동학성지·동학농민혁명사적지, 남원 은적암터 기행

△은적암터 가는 길, 선국사 주차장 도착 직전, ‘동학과 동학농민군의 유적지 교룡산’기념비  

 갑진년 첫날 청용의 새해를 맞이하여, 동학성지·동학농민혁명사적지 남원 은적암터 기행을 다녀왔습니다. 올해는 동학·천도교 제1세 교조 수운 대신사 최제우님 탄신 2백주년, 동학농민혁명·동학의병전쟁 130주년입니다. 그 새해 첫날 1월 1일에 은적암터 기행을 다녀와서 소감을 몇 글자 적어봅니다. 

  필자가 근무하는 전주한옥마을에 위치한 동학혁명기념관에서 출발하여 승용차 네비게이션에 남원 선국사를 입력하고 가다보면 1시간 이내(50분 정도 소요)에 선국사 주차장에 도착합니다. 예전에는 만인의총 곁을 돌아가는 길이었는데 요즘은 새로운 길이 포장되어 거리를 단축하여 줍니다.

△동학과 동학농민군의 유적지 교룡산 기념비, 뒷면 해설 내용

△호롱불 모양의 동학성지 남원 

△수운 최제우 선생의 검결

△다시 밝혀드는 동학의 횃불 시비 

   선국사 주차장에 도착하기 전 왼쪽 편에 수년전부터 남원시와 남원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에서 동학농민혁명 성역화 계획으로 기념사업이 진행 중인데, 현재 ‘동학과 동학농민군의 유적지 교룡산’ 기념비를 비롯하여 호롱등불 모양의 ‘동학성지 남원’, 수운 대신사의 ‘검결’, 복효근 시인의 ‘다시 밝혀드는 동학의 횃불’ 등 몇 개의 유적표석이 세워져 있습니다. ‘동학과 동학농민군의 유적지 교룡산’ 기념비는 2006년 11월 26일, 남원시와 남원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에서 세웠습니다. 그 내용은 수운 최제우 선생께서 1861~2년 사이 은적암(덕밀암)에서 논학문(동학론) 등 동학경전 집필과 칼노래를 부르며 칼춤을 추셨다는 기록과 1894년 동학농민혁명 당시 김개남 장군의 활략상이 담겨있습니다.

  기념비에서 약간 오르다 보면 선국사 주차장에서 교룡산성 석돌담장 첫출입구 좌측에 ‘김개남동학농민군주둔지’ 패목(牌木)이 보입니다. 김개남 패목은 1986년~1987년 사이 한길사에서 주최한 ‘한길역사기행식구들’이 세운 것으로 파악됩니다. 이 패목은 필자가 수년전에 밑 부분이 썩어 뽑혀 개울 옆에 버려진 것을 수거, 재생이 가능하도록 조치 관리 후에 남원시에 가져다주어서 원래 자리에 다시 세워졌습니다.

 △김개남동학농민군주둔지 패목(牌木)

△천도교서울교구에서 세운 ‘은적암터’ 표지판 

  교룡산성 석돌 담장을 지나 선국사를 거쳐 은적암터(덕밀암터)까지는 대략 30~40분 정도 숲길과 계단을 올라가야 목적지가 나옵니다. 은적암터에는 포덕 130년(1989) 10월 29일(수운 대신사 탄신일 165주년)에 천도교서울교구에서 세운 ‘은적암터’ 성지 표지판이 있습니다. 또한 불교 선국사에서 2012년 경에 독립선언서 민족대표 33인중 한 분인 ‘백용성 대종사 첫 출가 성지 터’라는 삼각팻말을 세웠습니다. 그리고 용담검무보존회에서 2019년에 세운 '수운 대신사께서 검가, 검무를 처음으로 시연했다.'는 용담검무 성지 목팻말이 있습니다. 

  은적암은 원래 선국사(善國寺, 일명_용천사龍泉寺)의 암자로 덕밀암(德密庵)이었습니다. 이곳은 동학·천도교 제1세 교조이신 수운 최제우 대신사께서 관의 탄압을 피해 포덕 2년(1861) 12월 그믐날에 오셔서 은거하시던 곳입니다. 수운 대신사께서는 이곳 덕밀암을 은적암이라 하시고 머무르시며 동학을 밝히는 논학문(동학론) 등을 집필하였습니다. 또한 이곳은 갑오동학혁명 당시 접주 심노환의 도소였던 관계로 후일 일본군의 지시를 받은 관병이 불을 질러 잿더미로 변하고 쓸쓸한 유허지로만 남아있습니다.

△교룡산 산신단 유래비

△은적암터 뒤편 장고 터

△교룡산 정상 밀덕봉

  은적암터 왼쪽 편에는 1998년 12월 남원시와 남원문화원에서 세운 ‘교룡산 산신단 유래비’가 있습니다. 또 그 옆에는 산신지위(山神之位) 즉 산신에 제를 올리는 큰 바위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산신단 유래비를 살펴보면 동학관련 내용이 나옵니다. ‘역사적으로 정유재란 남원성 싸움 때는 무운(武運)을 빌었고, 구한말 교룡산성에 주둔한 동학군의 대제단(大祭壇)이 있었다.’ 즉 전투 전에는 동학군의 무사안녕과 좌절 후에는 희생자들을 위한 제사를 지낸 큰 제단이 있던 곳이라는 설명입니다.

  은적암터 뒤편에는 장고(醬庫)터 즉 소금에 절인 장아찌(염장류) 등의 음식물을 보관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창고로 간장, 된장, 고추장 등은 별도로 보관하였다는 제법 큰 터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은적암터에서 좌측 능성을 따라 약 20여분 오르다 보면 교룡산 정상(밀덕봉)에 이릅니다. 그 꼭대기에서 옛적 수운 대신사께서 휘영청 밝은 달밤에 칼노래를 부르시고, 칼춤을 추셨다는 말씀이 전해오지만 현재는 높은 송신탑이 꽉 들어차있어서 아쉬움을 줍니다.

교룡산 정상(해발 512.8)에서 다시 선국사로 약 20여분 내려와서 주차장에 이르는 길이 은적암터 기행의 순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갑진년 새해 수운 대신사 탄신 2백주년과 동학농민혁명 130주년을 맞이하여, 동학성지와 동학혁명 유적지가 겹치는 남원 은적암터를 다녀왔습니다. 또한 은적암터에서 한해의 소원을 담아 심고(心告_기도)하였습니다. 갑진년 푸른 용의 해를 맞이하여 제가 무엇을 할 것인가, 제 마음속으로 전해오는 한울님과 스승님의 말씀은, “첫째 수도연성과 동학혁명기념관 운영에 중점을 두고 최선을 다하라. 둘째 글, 책을 잘 써서 동학과 천도교의 전통을 회복하는데 최선을 다하라. 셋째 수운 대신사 탄신 2백주년과 동학농민혁명 130주년을 맞이하여 너무 서둘거나 게을러도 안 되며, 중도를 잘 잡아 정말 뜻있고 보람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라.”라고 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이상으로 은적암 기행의 글을 마칩니다.

 이윤영/

천도교직접도훈

동학혁명기념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