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칼럼 (펌) 한국의 신문사상 최고 문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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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신문사상 최고 문제작"..
한겨레 | 입력 2013.09.17 16:50
동아일보 최영해 논설위원은 <조선일보>가 의혹을 제기한
채동욱 검찰총장의 '혼외 아들'로 보도된 11살 아이의 입장이라는 전제를 달아
'아버지에게 보내는 가상 편지'를 썼다.
그는 이 칼럼 마지막에 "채동욱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존재 여부와 관계 없이
엄마의 말을 듣고 자라온 아이의 입장에서 쓴 창작물'이라고 밝혔다.
최영해 논설위원의 칼럼은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아버지, 미국에 온 지도 벌써 보름이나 됐네요.
태어나서 이렇게 비행기를 오래 타 보기는 처음이에요.
저는 뉴욕의 초등학교 5학년에 들어갔답니다.
이모와 함께 학교에 가서 교장선생님 만나고,
영어 수학 시험을 본 뒤에야 며칠 전 반 배정을 받았어요.
백인과 흑인, 중국인, 히스패닉 등 우리 반 아이들은 피부 색깔이 참 다양해요.
어머니는 8월 마지막 날 저를 비행기에 태우면서
'아버지처럼 훌륭한 사람이 되려면 미국에서 공부 열심히 해야 한다'면서 한참 우셨어요.
진짜로 열심히 공부해서 아버지처럼 존경받는 사람이 될 거예요."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최 위원의 칼럼에 대해 "그로테스크합니다.
소설로 칼럼을 대신하는 발상의 황당함과
그 문학적 상상력의 유치찬란한 수준이 자아내는 우스음.
거기에 초등학교 5학년 아이까지 정치투쟁의 도구로 이용해 먹는
인성의 잔혹함이 콘트라스트를 이루며 하나로 결합하죠"라고 말했다.
최영해 동아일보 논설위원의 칼럼은
"아버지, 그런데 며칠 전에 어머니가 신문사에 보낸 편지를 인터넷에서 우연히 읽었어요.
어머니는 '제 아이는 현재 검찰총장인 채동욱씨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아이'라고 했는데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요?
제가 아버지의 아들이 아니라뇨?
저는 아버지가 검찰총장이 됐을 때 뛸 듯이 기뻤어요.
아버지가 나쁜 사람 혼내 주는 검사 중에서도 최고 짱이 됐잖아요.
우리 반 애들은 무척 부러워하는 눈치였어요"라고 이어진다.
진중권 교수는 이에 "발상과 창작의 유치함은 유쾌한 폭소를 자아내나,
인권 유린과 아동 학대는 불쾌한 분노를 자아냅니다….
아무튼 대한민국 신문사상 최고의 문제작(?)이 될 거라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을 듯"이라고 꼬집었다.
진 교수는 이어 "동심이 물씬 묻어나는 탁월한 칼럼입니다.
이 드높은 문학적 성취는 오직 최영해 논설위원의 정신 연령이
실제로 초등학교 5학년 수준이기 때문에 가능했겠죠"라고 지적했다.
동아일보 최 논설위원의 칼럼을 본 누리꾼들은 "끝까지 읽기가 민망하다"
"논설위원의 수준이 이럴수가" "참으로 못되고 못났다"라며 격앙했다.
무엇보다도 어린 아이 시점으로 아이의 인권을 짓밟고 조롱하는
그의 심정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 대다수의 견해다.
한 누리꾼은 "세상 물정 모르는 아이의 눈을 찔러 흐르는 피를 펜에 찍어
웃으며 칼럼이라는 걸 쓰는 구나" 라고 비판했다.
무엇보다 언론의 추락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기자가 칼럼으로 소설을 쓰는 우리 언론은 어디까지 추락할 것인가"라는
댓글과 "동아일보가 문예지가 되었다. 문제는 수준이다" 라는 비판들도 잇따랐다.
언론계에선 '동시대 언론인 모두에 대한 테러'라며 글을 쓴 논설위원뿐 아니라
이를 내보낸 동아일보가 중앙일간지로서
뭔가 책임있는 조처를 내놓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한편, 세계 120여개 국가에서 아동의 권리 실현을 위해 일하는 비영리단체인
'세이브더칠드런'은 이 칼럼이 아동 인권과 존엄성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는
비판 성명을 냈다.
성명은 "아무리 '창작물'이라는 설명을 붙였을지언정
해당 아이가 현실에 존재하는 이상 본인의 사생활과 가족,
심지어 본인 이외에 그 누구도 알 수도, 간섭할 수도 없는 감정과 생각을 추측하여
공적 여론의 장에 내어놓는 것은 아이에 대한 심각한 모욕이자 폭력"이라며
"우리는 더 이상 '알 권리'나 '표현의 자유' '진실 규명'이라는 미명 하에
누구보다도 존중 받고 보호받아야 할 아동의 권리가 침해당하는
폭력적인 보도가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언론의 각성과 자제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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