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곤 전 KBS 국장의 폭로,(김순종닷컴 페이스북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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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언론관 염려된다
미국의 제 3대 대통령인 토머스 제퍼슨은 언론의 비방과 잘못된 보도에도 '언론없는 정부와 정부없는 언론 중 하나를 택하라면 정부없는 언론을 택하겠다'고 답했다. 언론의 중요성을 인지한 대통령의 모습이다. 물론 제퍼슨의 관점은 언론을 정부의 수족이 아닌 독립적 기관으로서 바라본 것이었다. 지금 이 나라의 대통령은 토머스 제퍼슨의 반만이라도 언론을, 그리고 언론의 독립성을 소중하게 바라보고 있을까. 아쉽게도 토머스 제퍼슨이 언론을 바라본 관점이 '민주사회의 언론관'이라면 박근혜 대통령의 언론관은 '전제주의 사회의 언론관'인 듯 하다. 청와대의 언론 장악 시도가 거듭된 이유다.
지난 9일 자신의 사퇴에 청와대가 개입한 정황이 있다며 길환영 사장의 동시 사퇴를 촉구한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이 또 한번 어둠 속에 감춰져 있던 사실을 폭로해 논란이 되고 있다. 16일 오후 KBS 기자협회 총회에 참석한 그는 2시간 동안 이루어진 기자들과의 문답 과정에서 청와대의 KBS 인사, 뉴스 개입을 폭로했다.
그는 최근 문제가 된 KBS의 세월호 침몰 사고 보도와 관련해 "정부 쪽에서 해경을 비난하지 말 것을 여러 번 요청했다"며 "한참 구조작업이 진행되고 있으니까 해경 비판을 나중에 하더라도 자제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경 관련 보도가 나가자 다른 루트(길환영 사장)를 통해 요구가 들어왔고, "5월 5일에 사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보도본부장실을 방문, 사장 주재 작은 모임이 있었는데 보도본부장, 나, 취재, 편집주간 4명(에게) 해경에 대한 비판은 하지 말아달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말했다. 청와대 인사가 홍보수석이냐는 질문에 그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많은 사람들이 우려한 것처럼 KBS의 비양심적 보도의 뒤엔 청와대가 자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청와대의 개입에 대해 "정치를 제외하고는 거의 개입이 없었고, 매우 독립적이었다고 자평한다. 정치 부분은 통계를 봐도 금방 아는데 대통령 비판은 단 한차례도 없었고, 새로 정부가 출범하는 1년 동안의 허니문 기간은 비판 자제. 2월 25일 허니문이 끝나고도 대통령 비판은 단 한 차례도 없다"고 밝혔다. 국정원을 둘러싼 보도에서도 "순서를 좀 내리라든가, 이런 주문이 있었"다고 전했다. 또한, "사장 선임 구조 자체가 대통령 임명 구조여서 그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기회 될 때마다 얘기했듯이 선임 구조 바뀌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제까지 "뉴스에 개입을 안 했던 사장이 정연주, 이명순 전 사장"뿐이라 주장하기도 했다.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이 밝힌 청와대 개입설은 KBS가 언론으로서의 기능을 사실상 상실했다는 점을 증명한다. 정권의 나팔수 역할을 하며 정권에 지배되는 언론을 언론이라 할 수는 없는 이유다. 그들은 언론의 본령인 정부와 권력에 대한 엄정하고 용기있는 감시와 비판을 하지 못했고 정권의 압력에 굴복했다. KBS 사장 인사권을 필두로 KBS의 보도방침 등에 개입한 청와대도 문제지만 청와대의 외압에 굴복해 언론이길 포기한 KBS와 이를 알면서도 침묵을 지켜왔던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의 태도 역시 문제의 대상이다. 외압에 굴복했던 그들이 그 동안 언론인이란 직함을 유지해온 사실 그 자체가 모순일 뿐이다.
중국 전국시대에 있었던 한 일화는 언론의 독립성을 지켜낸 사관들의 위대함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그 시대의 사관은 지금의 언론인과 다름 없다. 전국시대 제나라의 귀족이던 최저는 자신의 여인을 탐낸 군주를 시살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제나라 사관은 기록을 남겼다. "최저가 장공을 시살했다" 그러자 최저는 기록을 통한 역사의 평가가 두려워 그 사관을 죽였다. 그러자 사관의 아우가 다시 기록했다. "최저가 장공을 시살했다" 최저는 그 아우마저 죽였다. 그러나, 막내 아우가 다시 기록했다. "최저가 장공을 시살했다" 최저는 반복된 이들의 저항에 어쩔 수 없다며 막내를 살려뒀다. 그리고 그 기록을 통해 우리는 최저가 장공을 시살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제나라 사관들은 봉건적 상황에서도 목숨을 걸고 언론의 독립성을 지켜냈다. 그럼에도 민주사회를 살아가는 오늘의 언론인들은 언론의 독립성을 수호하는 것에 망설인다. 제나라의 사관들처럼 목숨을 위협받는 최악의 상황이 오진 않을 것임에도 말이다. 길환영 사장을 비롯한 KBS의 전 직원들은 제나라 사관의 모습을 본받을 필요가 있다.
KBS에 불법적인 외압을 행사한 대통령과 청와대의 잘못도 막중하다. 언론의 자유는 헌법상의 기본적 권리이며 이를 이유로 그 누구도 언론의 독립성을 침해해선 안된다. 그 누가 감히 헌법상의 권리를 침탈한단 말인가. 그럼에도 김 전 KBS 보도국장에 따르면 청와대는 끊임없이 KBS에 외압을 행사하며 이들을 통제하려 했다. 그렇지 않아도 이 정부는 출발점에서부터 헌법을 무시하는 행동들을 반복했다. 최근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국민들의 목소리도 이 점에서 보면 충분히 일리가 있다. 대통령과 정부가 법을 준수하지 않을 때 법적 기본 질서의 토대 위에 성립된 사회는 무너질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이라도 반복적으로 헌법을 위반하고 있는 대통령과 정부는 탄핵되는 것이 마땅하다.
"언론없는 정부와 정부없는 언론 중 선택하라면 정부없는 언론을 택하겠다"던 토마스 제퍼슨의 말은 대통령이 어떠한 관점으로 언론을 바라봐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그리고, 군주를 시살한 최저에 저항했던 제나라 사관의 모습은 언론인들이 마땅히 갖춰야 할 태도를 알려준다. 지금 우리 언론의 모습은 2500년 전 중국 제나라 사관들에 비해 열등하며, 대통령의 언론관 역시 300년 전 미국의 대통령이 가졌던 관점에 비해 열등하다. 언론이 한 사회의 여론을 이끌고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최후의 보루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언론의 위기는 우리 사회 전반의 위기와 다름 없다. 대통령과 청와대 그리고 KBS는 기존에 그들이 만들어온 '적폐'를 해소하고 바르고 독립된 언론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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