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87 ‘천도교신관’에 대한 댓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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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수운 최제우’를 올리고 게시판을 보니 담암장님의 글이 있어 잘 읽어 보았습니다. 그런데 천도교 신관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아서 <한국도덕 장생주>에서 논한 글이 있어 옮겨 싣습니다. ‘장생주공부모임’에서 장생주를 공부하고 발간한 <동학 한국도덕 장생주>란 책이 있는데, 여기서 ‘시천주’를 논한 글이 있습니다. 그런데 너무 길어서 이중에서 ‘天’에 대한 글만 옮겨 실습니다. 여기에 천도교 신관의 대부분이 실려 있어서입니다.
[天·한울님]
수운께서 ‘天’을 풀지 않은 까닭은, ‘교훈가’에서 한울님을 “나는도시 믿지말고 한울님을 믿어셔라 네 몸에 모셨으니 사근취원 하단말가”라는 본론으로 밝혔기 때문일 거로 봤습니다. 이처럼 우정 한울님이 계신 곳을 밝힌 글은 이 외엔 없습니다. 나머지는 겪은 대로 들은 대로 인용하다 보니 나온 신칭일 뿐입니다. 예를 들어보면, 지기‧천주‧상제‧하날님‧하느님‧내유신령(內有神靈)·오심즉여심(吾心卽汝心)·귀신자오야(鬼神者吾也)’ 등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 같은 신칭 중에서 자기 습성에 맞는 것만 써서 한울님(天)에 대한 개념이 갈리게 된 겁니다. 전 고려대 철학교수 신일철((1931∼2009)은 북한 철학사전에는 “지기를 한울님이라고 표기했다.”라고 했습니다. 이처럼 사람들은 ‘한울님’을 신화시대의 신으로, 혹은 ‘범신’으로, ‘범재신’ 등으로 자의대로 믿고 이해하고 글을 쓰게 되었으므로 가려내야 합니다.
신화시대의 신부터 간단히 보도록 합니다. 신화시대에는 유일신을, ‘서학은 여호와 하나님(천주), 이슬람(회교)은 알라, 유교는 상제, 고유도는 하날님’이라 하였습니다. 그리고 의식이나 인격을 갖춘 전지전능한 존재로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다고 봤고, 하늘에 있다고 봤습니다. 그 뒤 중세에 이르러 일반적으로 유일신의 조건으로 ‘무극태극(無限)·무시무종(無始無終)·거룩(至聖)’을 듭니다. 스콜라철학의 대부이며 신부인 안셀무스(1033∼1109)는 ‘대어록(對語錄)’에서“생각의 끝에서 만나는 것이 무한이며 여호와 하나님”이라고 했습니다. ‘유일신’이라면 ‘무한자’가 되어야 합리적임을 깨닫고 신화시대의 신관을 아리스토텔레스의 제일 철학인 존재론(형이상학)으로 보완한 겁니다. 유학도 주렴계(周濂溪1017-1073)의 ‘태극도설(太極圖說)’ 뒤로 무극태극을 신적 존재로 보기도 합니다. 중세에는 이 같은 존재론적 신이 동서양을 막론하고 대세를 이룹니다. 그런데 동학의 신은 ‘몸속무한소에 계신 지기성품’이므로 ‘신화시대의 신화적 유일신’과 다르고, 중세의 안셀무스의 창조주 무한자 유일신과도 다릅니다.
그런데 ‘몸속에 있다’고 해서 범신론으로 여기기도 하는데 범신과도 다릅니다. 백과사전을 보도록 합니다. “범신론(汎神論): 신과 전 우주를 동일시하는 종교적·철학적 혹은 예술적인 사상체계. 범신론은 신비적인 종교감정이나 자연에 접하는 시인의 감정에서 흔히 볼 수 있으며, 논리 정연한 이론 형태를 취하고 있는 건 아니다.···즉 도가의 사상이나 스토아학파의 철학처럼 독립을 인정하는 넓은 의미의 범신론과, 우파니샤드나 스피노자처럼 독립을 인정 않는 좁은 의미에서의 범신론이 그것이다. (韓筌淑)” ‘한전숙’은 넓은 의미의 범신론은 ‘도가의 사상이나 스토아학파’처럼 <신을 독립적>으로 보는 거라 합니다. 즉 우주만물의 ‘이법(理法)’을 신으로 보고, 그런 자연의 이법을 신의 이성(로고스)으로 보고 자연에 합하는 이성적 삶을 으뜸삶으로 여겼다고 합니다. 반면에 좁은 의미의 범신론은 스피노자(1632~1677)처럼 <신과 전 우주를 동일시>하는 거라 합니다. 즉 내재한 신의 표현을 물체로 보며, 신과 물체를 동일시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동학의 신은 ‘지기성품’인 ‘무극(무한)·허령(맑음)·일기(밝음)·지성(거룩)’ 등을 구체적으로 갖추고 있으며 원자를 이루고 원자 속에, 세포를 이루고 세포 속에, 사람을 이루고 사람속 무한소무한에 실재(實在)하는 지기한울님이므로 노자나 스토아학파처럼 자연이법(理法)을 신으로 보는 ‘넓은 의미의 범신’과 다릅니다. 이런 자연이법은 실은 과학의 3력(핵력‧중력‧전자기력)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동학의 신은 독립적인 신이어서 스피노자처럼 신과 물체를 동일시하는 ‘좁은 의미의 범신’과도 다릅니다.
또한 미국의 정신의학자 하트손(1897∼)이 유일신과 범신론을 결합해 만든 ‘범신이면서 유일신’인 ‘범재신론’으로 보는 학자도 있습니다. 김경재1)는 ‘범재신론’을 “1)신은 자의적이다. 2)신은 세계를 알고 있다. 3)신은 세계 속에 내재해 있다. 4)신은 영원하다. 5)신은 시간적이다.”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동학의 몸속한울님인 ‘지기성품’은 <2)신은 세계를 알고 있다· 5)신은 시간적이다>처럼 ‘세계를 아는 전지전능한 깨어있는 신’도 아니고, ‘시간과 함께 옮기는 신’도 아닙니다. 그래서 범재신론의 신과 동학의 신을 같은 것으로 보는 건 큰 오류입니다.
그래서 전 고려대 철학교수 신일철((1931∼2009)은 범천(凡天)을 거론합니다. 그의 저서 ‘동학사상의 이해’ 116쪽에서 “최제우의 시천주 사상은 최시형에 와서 물물천 사사천 사인여천 등 범천론(凡天論)으로 세속화되고 그로 인해 서민 등 소외 계층의 인간존중과 자연애호의 경물주의에 이르러 1905년 후 인내천의 종지를 내세운 천도교의 교리와 교문조직의 기초를 이루었다.”라고 했습니다. 이처럼 ‘시천주’여서 <凡天論>이 된 겁니다, ‘시천주’의 첫째 의미는 ‘몸속지기한울님’이었습니다. 이 같은 <몸속지기한울님>에 근거해서 ‘만물 속에는 한울님이 있다.’는 범천론이 나온 겁니다. 그래서 범천론의 신은 ‘몸속무한소의 한울님’입니다.
이처럼 동학의 ‘몸속한울님’은 신화적 유일신이나 창조적 유일신이나, 범신이나 법재신론과도 다르므로, 고려대 신일철 교수((1931∼2009)의 ‘범천론’이란 용어를 택해야 합니다. ‘범천론’의 신은 몸속무한소에 있는, ‘무한‧맑음‧밝음‧거룩./ 섭명‧기화’하는, 신령한 속성을 갖춘 만유의 시원자이며, 화생자이며, 안쪽원인자이며, 불이불변자이며, 노이무공(勞而無功)자입니다. 이 같은 특성을 갖춘 ‘몸속무한소에 계신 지기한울님’이 ‘동학’의 天이요 한울님이요, ‘범천’입니다.
그럼 ‘범천’으로써 스스로 규범을 만들어 시천도덕인이 된 진암 박영인(1937∼2012)의 예를 보겠습니다. 그는 서울대농대를 졸업하고 뉴질랜드 장학금으로 뉴질랜드에 가서 농경을 연구하고 UN에서 35년간 저개발국을 위해 곡물을 취급해 오면서 ‘시천주’의 첫째의미인 ‘몸속에 계신 한울님’을 사유하는 틀을 만들어 도덕인이 되었음을 ‘천도교의 세계화 84쪽’에서 밝히고 있습니다.
“(시천주라면) 나는 하나이면서 둘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유형적인 육신의 나(人我·사람나)만을 생각하면 나는 하나일 뿐이나, 무형적인 성령의 나[天我·한울나]까지를 알게 되면 나는 진정 둘이다. 그래서 시천주사상에서는 천인합일임을 깨닫게 한다. 그러나 인아(人我)는 부분, 불완전, 일시적 可視體이고, 천아(天我)는 전체·완전, 영원한 不可視體인 까닭에 ‘인아’는 이어 ‘천아’를 목표로 수도연성하고 사계명2)을 지키고자 하는 것이다.···천아인 전체로부터 개체인 사람으로 태어나 인아로 살다가 다시 원점으로 환원하여 천아로 장생하는 것이 ‘나’라고 생각해 보는 것이다.····인내천도 ‘사람이 이에 한울’ 즉 인아의 목표가 바로 ‘천아’라고 하고 싶다.”
그는 ‘몸속의 한울님’이므로 이를 ‘한울나(天我)’로 본 겁니다. 그래서 ‘나’를 ‘사람나․한울나’로 분리해 볼 수 있다는 겁니다. 불완전한 육신의 사람나가 영원한 한울나를 목표로 수도하여 한울나를 닮아가서 내용적 도덕인이 된 거랍니다. 그래서 35년간을 세계인으로부터 도덕인으로 인정받아서 UN에서 중요한 일을 맡아볼 수 있었다고 했습니다. 이처럼 ‘사람나’가 ‘한울나’를 모시고 닮아감으로써 맑은 마음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정신개벽이 되어 도덕적인 생활을 할 수 있었던 겁니다. 이 같은 몸속무한소에 있는 ‘한울나‧몸속한울님‧한울님’이 ‘범천’입니다. 이것이 동학의 범천관입니다.
범천은 나의 첫 조상이므로 내가 현존하는 것처럼 본존일 수밖에 없는 실재입니다. 또한 범천은 형이상학과 과학을 통해 실재자로 인정할 수 있는 거였습니다. 첫 조상인 지기는 특이점으로 화생하고 특이점 속에, 만물로 화생하고 만물 속에, 사람으로 화생하고 사람 속에 있는 거였습니다. 그건 마치 137억년 전에 빅뱅 할 때 1초 안에 이뤄진 쿼크가 물질을 이루고 물질 속에 생명을 이루고 생명속에 내 몸을 이루고 내 몸속에 있는 이치와 같은 겁니다. 이처럼 태초의 쿼크가 내 몸속에 있는 것처럼 쿼크 속의 지기한울도 내 몸속에 있는 겁니다. 이 같은 범천은 나의 첫 조상으로 내가 현존하는 것처럼 본존으로 실재하는 신이므로 믿을 수밖에 없으므로 믿음도 도덕도 정신도 세상도 단단하게 합니다.
*주석
1) 김경재(한국신학대학교수). 한국사상연구회편.<한국사상>의 12권 '수운의 신개념'45쪽
2)사계명.: “요리저리 맘돌리면 이는역시 역리(逆理)자요, 물욕으로 눈먼사람 이는역시 비루(鄙陋)자요, 헛말로 유인하면 이는역시 혹세(惑世)자요, 속꺼멓고 흰척하면 이는역시 기천(欺天)자라” ‘용담유사’ ‘도덕가’에 나오는 글. 쉬운말로 번안한 것입니다.
- 끝-
*유첨;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분은, 매월 첫주 토요일 오후 3시~5시까지 수운회관 12층 ‘용담검무 방’에서 <한국도덕 장생주>를 공부하고 있으니 시간 내주시길 바랍니다. 먼 곳에 사시는 분 중에 책을 보시고 싶은 분은 댓글에 주소나 전화 번호를 적어 주시면 우편으로 보내 드리겠습니다. 그외 연락처 HP: 010 8880 0371
9‧30 길로 정경흥 모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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