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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인사 낙서사건의 논평과 주문에 대한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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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송암이윤영
    댓글 댓글 0건   조회Hit 8,568회   작성일Date 14-11-25 16:31

    본문

     

    해인사 낙서사건의 논평과 주문에 대한 설명

     

    요즘 동학, 천도교의 주문에 대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며칠 전 동학농민혁명120주년기념 학술대회에서 어느 발표자가 개인적으로 필자에게 주문에 대해 자세히 설명을 부탁한 적도 있었다. 또한 주문의 바른 뜻을 설명해달라는 전화도 여러 통을 받았었다. 이러한 이유를 본 글에서 설명하고자 한다.

     

    그 이유는, 경남 합천에 있는 해인사 전각 벽면 여러 곳에 한자로 된 21자 낙서가 발견되어 이에 대한 비판의 여론이 많았었다. 해인사 낙서사건은 11월 24일 남성 1명이 망을 보고, 여성 1명이 글을 쓰는 모습이 CCTV에 녹화되어 사찰의 수사요청에 의해 11월 25일 40대 여성의 범인이 검거되었다는 언론, 뉴스 속보를 보면서 여러 착잡한 생각이 머리를 맴돌았다.

    문제의 한자 21자는,

    侍天主造化定永世不忘萬事知

     

    으로 씌어져 있는, T자형의 낙서이다. 일명 부적형식의 주문(呪文) 글씨이다. 해인사 전각은 우리나라의 문화유산이다. 이러한 문화재와 더불어 한국의 대표사찰중의 하나인 해인사 전각에 몰지각한 낙서 행위는 비난과 처벌을 받아 마땅하다. 또한 어느 종교에 속한 신도라면 그 종교의 도의적인 책임감에 의한 공식 사과도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일부 언론의 보도에서 어느 종교의 신자행위인지 자세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21자 주문은‘천도교의 주문(呪文)’이라 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천도교인의 행위라는 오해를 받을 수 있게 하였다는 것이다. 천도교에서는 과거 동학시대부터 현재 천도교시대까지 단 한번도 T자형 주문을 쓰지도 않았고 책자 등의 인쇄도 하지 않았었다. 또한 동학, 천도교에서는 공식적인 주문이며, 제자주문으로, 강령주문과 본주문을 합하여 21자를 사용하고 있다.

     

    주문내용은 다음과 같다.

     

    강령주문,

    至氣今至願爲大 降(지기금지원위대 강)

     

    본주문,

    侍 天主造化定永世不忘萬事知(시 천주조화정영세불망만사지)

     

    의 순으로, 해인사 낙서와 다르게 사용한다. 해인사 낙서는 본주문을 먼저 하고, 강령주문은 나중에 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또한 부적형식의 T자 모양이다. 그리고 동학, 천도교의 강령주문 ‘지기금지원위대 강’에서 大자와 降자를 한 칸 벌린다. 또한 본주문 ‘시 천주조화정영에불망만사지’에서 侍자와 天자 사이를 한 칸 벌린다. 이러한 것도 해인사 낙서사건의 형식과 다르다.

     

    과거 동학의 주문이 난립하자 동학, 천도교 2세교조 해월 최시형 선생께서 무분별한 수문수행에 금지령을 내린적이 있었다. 다시 말씀드려 1세교조 수운 최제우 선생께서 경전에 도 닦는 절차를 밝히신 것 외 주문수행을 하지 말라는 엄명이었다.

     

    이번 사건의 주인공인 검거된 40대 여성은 ‘악령을 쫓으려’ 해인사 전각 벽에 21자 주문을 새겼다고 말했다. 범인인 여성의 말처럼 천도교에서는 주문을 단순히 악령을 쫓는 부적 같은 목적에 사용하지 않는다. 동학, 천도교 1세교조 수운 최제우 대신사께서 집필한 동경대전 논학문(동학론)에 道 닦는 절차인 21자 주문을 자세히 풀이 하셨을 뿐 아니라, 주문수행의 목적을 명확히 밝히셨다.

     

    천도교 경전에 한글로 번역된 주문풀이 내용은 다음과 같다.

     

    曰呪文之意何也 曰 至爲天主之字故 以呪言之 今文有古文有

    (제자)묻기를「주문의 뜻은 무엇입니까.」

    대답하시기를「지극히 한울님을 위하는 글이므로 주문이라 이르는 것이니, 지금 글 에도 있고 옛 글에도 있느니라.」

     

    (강령주문풀이) 

    曰降靈之文 何爲其然也 曰至者 極焉之爲至 氣者虛靈蒼蒼 無事不涉 無事不命 然而如形而難狀 如聞而難見 是亦渾元之一氣也 今至者 於斯入道 知其氣接者也 願爲者 請祝 之意也 大降者 氣化之願也

    묻기를「강령의 글은 어찌하여 그렇게 됩니까」

    대답하기를

    「지」라는 것은 지극한 것이요

    「기」라는 것은 허령이 창창하여 일에 간섭하지 아니함이 없고 일에 명령하지 아니 함이 없으나, 그러나 모양이 있는 것 같으나 형상하기 어렵고 들리는 듯하나 보기는 어려우니, 이것은 또한 혼원한 한 기운이요

    「금지」라는 것은 도에 들어 처음으로 지기에 접함을 안다는 것이요

    「원위」라는 것은 청하여 비는 뜻이요

    「대강」이라는 것은 기화를 원하는 것이니라.

     

    (본주문풀이) 

    侍者 內有神靈 外有氣化 一世之人 各知不移者也 主者 稱其尊而與父母同事者也 造化者 無爲而化也 定者 合其德定其心也 永世者 人之平生也 不忘者 存想之意也 萬事者 數之多也 知者 知其道而受其知也故 明明其德 念念不忘則 至化至氣 至於至聖

    「시」라는 것은 안에 신령이 있고 밖에 기화가 있어 온 세상 사람이 각각 알아서 옮기지 않는 것이요

    「주」라는 것은 존칭해서 부모와 더불어 같이 섬긴다는 것이요

    「조화」라는 것은 무위이화요

    「정」이라는 것은 그 덕에 합하고 그 마음을 정한다는 것이요

    「영세」라는 것은 사람의 평생이요

    「불망」이라는 것은 생각을 보존한다는 뜻이요

    「만사」라는 것은 수가 많은 것이요

    「지」라는 것은 그 도를 알아서 그 지혜를 받는 것이니라.

    (주문풀이에 이어 수문수행의 목적도 분명히 밝히셨다.)

    「그러므로 그 덕을 밝고 밝게 하여 늘 생각하며 잊지 아니하면 지극히 지기에 화하여 지극한 성인에 이르느니라.」

     

    수운 대신사의 주문풀이 끝 문장에 주문수행의 목적에서 밝혔듯이,「그 덕-사람 누구나 마음과 몸에 모신 한울님의 덕’을 밝고 밝게 하여 늘 생각하여 잊지 아니하면, 지극히(더할 나위 없이 아주) 지기(至氣-지극한 기운)에 화하여 지극한 성인(聖人-덕과 지혜가 뛰어나고 사리에 정통하여 모든 사람이 길이 우러러 받들고 모든 사람의 스승이 될 만한 사람)에 이르느니라.」고 말씀 하셨다.

     

    여기서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덕(德)과 성인(聖人)이 연결되는 것을 알 수 있다. 덕이란, ‘밖에서 사람이 바람직하고 안에서 나에게 얻어지는 것 즉 덕은 인간이 스스로 수양을 통해 얻어지고 그것이 다시 실천을 통해 나타남’이란 한 유학의 설명을 한 차원 더 높여 ‘하늘의 덕과 지극한 성인’으로 연결 하셨다. 다시 설명하여, ‘하늘과 같은 큰 덕을 수양과 실천을 통해 지극한 성인이 되는 것’이 주문수행의 원래 목적인 것을 수운 대신사는 밝히신 것이다.

     

    이번 해인사 낙서사건 즉 21자 주문사건은 동학, 천도교에서 신앙과 수련을 하는데 있어 사용하는 21자 주문을 거꾸로 사용하는 즉 13자 본주문을 먼저하고 8자 강령주문을 나중에 하는 동학, 천도교에서 전혀 사용하지 않는 주문의 순서이다. 그리고 주문수행의 목적에서도 큰 차이다 난다.

     

    다음으로 수운 대신사께서 경전에 남기신 降詩(강시) 즉 항시(降詩)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圖來三七字 降盡世間魔(도래삼칠자 항진세간마)

    삼칠자를 그려내니 세상 악마 다 항복하네.」

     

    강시에서 말하는 삼칠자(三七字)란 21자 주문을 뜻한다. 그런데 ‘악마’ 즉 마(魔-마귀)를 잘못해석하면 오류를 범한다. 원래 악마란 ‘사람에게 재앙을 내리거나 나쁜 길로 유혹하는 마귀’라고 일부 종교에서는 설명한다. 그런데 여기서는 ‘세상악마’라고 하였다. 즉 마귀와 같은 세상의 나쁜 것들을 비유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동학, 천도교에서는 마귀를 인정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아주 나쁜 짓을 많이 하는 사람을 가리켜 ‘악마 같은 사람’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마음으로 죄를 짓는 것을 경계하고 행동으로 죄를 범하는 것을 마귀라 하였고 그것을 항복받는 의미에서 21자 주문의 효력을 설명하면서, ‘삼칠자를 그려내니 세상 악마 다 항복하네’라고 말씀하신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래야 논학문(동학론)에서 주문을 풀이한 것에 위배되지 않지 아니면 동학에서 인정하지 않는 마귀를 인정하게 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주문을 통하여 수행하는 종단은 수도 없이 많다. 특히 증산교계통에서는 거의 21자 주문을 수행한다. 증산계열의 주문순서는, 본주문을 먼저하고 강령주문을 나중에 하는 전통이 있다. 이는 증산 강일순 선생의 친필로 알려진 현무경에도 그렇게 나와 있다. 어느종단 신도의 소행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고, 필자 또한 알 수 없으나 주문의 강령주문과 본주문의 순서에 있어, 천도교와 다르다는 것을 예로 들 뿐이니,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

     

    해인사 전각 낙서사건은 단순한 낙서가 아니라, 문화재를 훼손하고 타 종단과의 심한 마찰까지 우려되는 범죄행위다. 과거 전국의 초등학교 위주로 단군상이 세워졌으나, 타 종교인의 소행으로 짐작하게 한 단군상 머리 부분의 파괴행우가 끊이지 않았었다. 그때 일부 서양종교의 교인의 소행으로 의심받았던 언론기사가 생각난다. 또한 김제 금산사 대웅전이 어느 종교인의 소행으로 불에 타는 불상사도 있었다.

     

    단군상의 훼손과 금산사 대웅전의 화재사건보다는 그 행위가 약하다 하지만 해인사 낙서사건도 있을 수 없는 범죄행위이다. 철저한 수사와 범행동기, 어느 종교 신자인가를 털 끗만큼의 의심이 없도록 관계당국의 수사를 요청한다. 그리하여 천도교의 억울한 의심이 풀렸으면 한다. 끝으로 언론 보도에 있어 정확한 내용의 진실을 파악하기 전에는 어느 종단의 예를 함부로 들어 그 종단의 피해가 없게 해야 할 것이다. 일부 언론들의 짐작성의 성급한 보도는 삼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동학혁명기념관장 송암 이윤영 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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