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혁명 120주년 위클리서울(시사주간지) 인터뷰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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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농민운동, 3.1운동 등 중추역할, 과거 명성 빛바랬지만…
종교가 세상 걱정해야 하는데, 오히려 세상이 종교 걱정
밥 한 그릇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이 세상 진리 모두 터득할 수 있어
천도교와 동학 통해 우리 국민들도 프랑스 혁명 못지않은 대업 이뤄
가히 카오스의 시대다. 정상은 비정상이 됐고 비정상이 정상이 됐다. 무엇이 정상이고 무엇이 비정상인지 구분조차 힘든 혼돈의 시대다. 아파트 주민들에 시달리던 경비원이, 생활고에 시달리던 세 모녀가 극단의 선택을 해야 했다. 2014년 한해 두 달 꼴로 한 번씩 벌어지다시피 한 국가적 재난은 꽃다운 무고한 숱한 이 땅의 생명들을 앗아갔다. 꽃비 흩날리던 날 봄소풍 떠난 어린 청춘들의 원혼과 함께 가라앉은 세월호는 아직도 바다 속에 있다. 해고된 26명의 쌍용차 노동자와 그 가족들이 세상을 떴다. 살아남은 이들은 저 높은 공장굴뚝에 올랐다. 살에는 바람만이 그들과 함께 할 뿐이다. 무고한 시민이 하루아침에 간첩이 된다. 비판하면 종북 파렴치다. 이를 바라보는 시선들은 지극히도 냉담하다. 누구는 민족성이라고도 하고, 누구는 먹고 살기 바쁜, 자기 몸 하나 챙기기 힘든 현실문제 탓이라고도 한다. 가장 큰 문제는 우리에게 다가올 앞날들이다. <위클리서울>이 2007년부터 400명 가까운 사회각계 인사들과 심층인터뷰를 진행해온 이유다. 이번엔 동학농민운동 120주년을 맞아 박남수 천도교 교령을 만나봤다.
천도교는 ‘인간이 곧 하늘’이라는 시천주 사상으로 한국 근현대사에서 굵직한 획을 그어온 민족종교다. 동학농민운동을 통해 탐관오리에 맞서 ‘국민이 주인이 되는 역사’를 열었고, 3.1운동을 통해 민족 대단결을 이뤄냈다.
“동학농민운동은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보자고 일으킨 운동이다. 탐관오리들은 자기 밥그릇만 챙겼고, 농민들은 농사에 위협을 느꼈다. 이대로 살다가 죽을 것 같았다. 그래서 스스로 일어난 것이다.”
박남수 교령은 무엇보다 동학 혁명이 “최초의 인본주의 혁명”이라며 “우리 국민들이 우리에게도 위대한 혁명의 역사가 있었다는 점을 자각하고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전국에 500개 이상의 동학 지하조직이 있었다. 이 조직이 다 일어났다. 미국, 영국, 프랑스 혁명이 가져다 준 결과에 대해선 잘 가르치는데, 동학 혁명의 중요성에 대해선 잘 가르치지 않는다. 우리 국민들도 프랑스 혁명 못지않은 대업을 이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동학 혁명은 정치 혁명이 아니라 최초의 인본주의 혁명이라고 할 수 있다. 그 결과 우리가 이렇게 존재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어린이집 폭력 사태와 관련해선 인간의 존엄성을 회복하기 위해 ‘국민교화와 생명 운동’ 등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최제우는 ‘어린이를 때리지 말라’고 했다. 경전에 어린이를 때리지 말라고 한 건 아마 천도교 밖에 없을 것이. 천도교는 올해부터 스승의 가르침을 토대로 ‘국민교화 운동’을 적극 펼치려고 한다.”
천도교는 인간의 존엄성을 회복하는 운동의 슬로건을 ‘어린이를 때리지 말라’로 정하고, ‘위위심 회복 운동’ 등 다양한 실천운동을 벌일 계획이다. ‘위위심’이란, 내가 나를 위하고, 내가 상대방을 위하며, 내가 우리를 위하는 것으로, 이는 나를 낮춤으로써 함께 높아지는 ‘시천주-사인여천-인내천’의 숨은 원리이기도 하다.
“올해 광복 70년의 가장 큰 의미는 대한민국이 여러 가지 병폐를 걷어내고 바로 서는 것이다. 우리의 운동이 옳다면 이웃종교에서도 협조하고 적극 동참해 주리라 믿는다. 천도교, 불교, 개신교가 모여 봉기한 3.1운동이 요원의 불길로 번진 것처럼, ‘어린이를 때리지 말자’는 생명운동도 전 국민적 운동으로 전개되길 기원한다.”
천도교는 이 외에도 남북관계, 남남갈등 등 우리사회 산적한 문제들에 대해 실천적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다음은 박남수 교령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 천도교, 민족종교라고 하지만 현재 우리 국민들에겐 낯설게 다가온다.
▲ 한국은 다종교 국가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종교가 조화롭게 존재하고 국민들을 교화시킨다는 것은 자랑거리다. 각 종교는 국민들을 교화시켜야 한다는 사명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현재 그 사명을 다 못하고 있다. 종교인 수가 늘어났다면 그만큼 편안하고 행복한 세상이 돼야 하는데 정반대다. 교회와 사찰 수는 늘어나는데 사람들의 생활은 행복하지 못하다. 그게 참 안타깝다. 종교가 세상을 걱정을 해야 하는데, 오히려 세상이 종교를 걱정하는 상황이다.
종교라는 것은 때마다 그 역할이 주어지는 것 같다. 부처, 예수 등 각각의 생각이 많이 다른 게 아니다. 자신이 살던 시대에 사람들을 가르칠 수 있었던 척도가 무엇이었는지 봐야한다. 교리도 조금씩 바뀐다.
한때 불교가 사람을 가르칠 때는 부처님이라는 형상을 놓고 가르쳤고, 기독교는 주님이 하늘나라에 있다는 믿음을 가르쳤다. 천도교는 그 도를 넘어 어떤 형체가 있는 것도 아니고, 있다 하더라도 세상 저편에 있는 것도 아니라는 입장이다. 타 종교가 봤을 때 이해가 안 갈 것이다. 부처님, 하나님은 호칭이 다르지만 다 천도교 안에 모시고 있다. 이 세상 어느 곳에 다 하나님이 있다. 여러분들의 마음이 곧 하나님이고 부처님이다. 세상엔 여러 종교가 있고 그것은 하나의 강줄기와 같다. 그렇다면 천도교는 바다와 같다고 할까. 그런데 사실 요즘 추세가, 종교들이 바다와 같은 진리를 추구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천도교는 애초에 그랬고, 타 종교들도 천도교의 진리에 근접해오고 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이 천도교를 유불선 삼교의 합이라고도 한다. 종교의 좋은 점을 다 따서 만든 것이라 한다. 그러나 작은 항아리들을 다 모은다고 하나의 항아리가 되는 건 아니다. 큰 항아리 속에 여러 항아리들이 다 들어가 있다고 할까. 아전인수 격의 해석이 아니다.
- 주로 어떤 내용의 교리를 설파하고 있나.
▲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하늘을 하늘, 눈에 보이는 땅을 땅이라고 말한다. 과학의 가장 기본이 하늘과 땅의 이치다. 하늘의 비, 이슬, 태양 등은 땅을 통해 작동한다. 땅이 없이는 하늘의 어떤 역할도 못한다. 그리고 하늘과 땅 사이에 인간이 있다.
예를 들어보겠다. 어항 속에 물고기가 있다. 이 물고기가 생명을 가지고 있을까, 아니면 물이 생명을 가지고 있을까. 물고기가 살아 있으니 물고기가 생명이 있는 것처럼 느껴질 것이다. 그런데 그 물고기는 어항 밖으로 나가 살 수 없다. 생명은 물에 있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내가 살았기에 곧 하늘이 살았다. 하늘이 살았기에 나도 살았다.’ 참으로 이 시대 종교가 가져야할 진리의 기본이다. 육신은 각각이지만 그 생명은 하나이다. 생명의 근원은 하나라는 얘기다. 지극한 기운이 공기다. 거기서 만사가 다 일어난다. 그리고 만 가지 일은 밥 한 그릇에 다 있다. 밥 한 그릇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면 이 세상의 진리와 이치를 다 터득할 수 있다.
- 꽤 과학적인데 사후 세계에 대해선 다른 종교와 어떻게 다른지.
▲ 사람이 죽었을 때 우리는 흔히 돌아가셨다고 한다. 천도교에선 돌아갔다는 말을 ‘환원하셨다’고 한다. 근원의 자리로 돌아갔다는 얘기다. 가을이 돼 감나무의 잎과 과일이 떨어졌다고 그 감나무가 죽은 것은 아니다. 감나무의 생명은 근원으로 돌아갔다. 사람은 죽은 뒤 자신의 성령을 돌려주고 육신의 역할을 마감한다. 그래서 천도교에선 이를 장생의 원리, 영적 장생이라고 한다.
- 천도교를 논할 때 동학을 빼놓을 수 없다.
▲ 1860년 최제우가 경주 용단에서 득도를 했다. 한울님으로부터 깨달음을 얻었다. 그런데 그게 무엇인가. 세상인심을 보니 유교, 불교로는 더 이상 교화가 안 되겠더라. 서학도 안 되겠더라. 이 세상의 권력도 부정한다. 권력으로 망가진 세상을 또 권력을 통해 얻는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돈으로도 세상을 바꿀 수 없었다. 어떠한 것을 가지고도 세상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진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네가 곧 하늘이고 나도 곧 하늘인 것’이라는 새로운 진리를 천명했고, 그것은 동학의 출현이었다.
- 천도교와 동학, 교리보단 행동을 우선시 하는 것처럼 보여 어떤 이들에겐 사회단체처럼 보일 여지가 있겠다.
▲ 사실 무슨 정치사회단체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게 그동안 세상 사람들에게 천도교와 동학이 뭘 가르쳤는지 잘 알리지 않았으니까 벌어지는 현상이다. 한국의 종교들 중 천도교만큼 국가와 민족을 위해 일을 한 종교는 없다고 생각한다. 기록을 비교해봐도 그렇다.
천도교엔 3대 운동이 있었다. 갑오개혁, 동학농민운동, 3.1운동 등이다. 과거 150년의 우리 역사를 봤을 때 다른 어떤 종교도 이렇게 불꽃처럼 존재하지 않았다. 이건 우리가 무슨 대학 운동권 같은 종단이 아니라, 사람 섬기기를 하늘 같이 하라는 교리에 바탕 했기에 나온 결과물이다.
동학농민운동은 어떠했나.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보자고 일으킨 운동이다. 탐관오리들은 자기 밥그릇만 챙겼고, 농민들은 농사에 위협을 느꼈다. 이대로 살다가 죽을 것 같았다. 그래서 스스로 일어난 것이다. 당시 전국에 500개 이상의 동학 지하조직이 있었다. 이 조직이 다 일어났다. 미국, 영국, 프랑스 혁명이 가져다 준 결과에 대해선 잘 가르치는데, 동학 혁명의 중요성에 대해선 잘 가르치지 않는다. 우리 국민들도 프랑스 혁명 못지않은 혁명을 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동학 혁명은 정치 혁명이 아니라 최초의 인본주의 혁명이라고 할 수 있다. 그 결과 우리가 이렇게 존재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사 이어집니다.>
최규재 기자 visconti00@hanmail.net
출처 - 시사주간지 위클리서울
http://www.weeklyseoul.net/newsview.asp?mode=view&class=J01&seq=26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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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가면 안 된다는 큰 교훈 세월호 참사, 한낱 사고로만 치부해버려” |
<심층 인터뷰> ‘동학혁명 120주년’ 박남수 천도교 교령-2 |
한국전쟁 이후 서양 종교 들어오며 거의 말살되다시피 해
출처 - 시사주간지 위클리서울 http://www.weeklyseoul.net/newsview.asp?mode=view&class=J01&seq=2648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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