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詩經)≫의 부(賦), 비(比), 흥(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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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비흥(賦比興)과 풍아송(風雅頌)을 총칭하여 ≪시경≫의 ‘육의(六義)’라고 한다. 부, 비, 흥은 한 대(漢代) 학자들이 제일 먼저 제기한 ≪시경≫의 표현 기법이다. 그러나 이 부, 비, 흥이 무엇인지에 대한 한대 학자들의 설명은 모호하기 그지없었다. 후에 송대(宋代) 주희(朱熹 1130~1200)가 ≪시집전(詩集傳)≫에서 비로소 비교적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다.
‘부’는 사물을 상세하게 서술하면서 직접 이야기하는 것(賦者, 敷陳其事而直言之者也)이다.
‘비’는 하나의 사물로 다른 사물을 비유하는 것(比者, 以彼物比此物也)이다.
‘흥’은 다른 사실을 먼저 말하여 이야기하려는 것을 끌어내는 것(興者, 先言他物以引起所咏之同也)이다.
‘부’는 사물을 직접적이고 사실적으로 그려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칠월(七月)> 시는 관노(官奴)의 1년간의 노동생활을 월별로 서술한 시이다. 이러한 방식은 서사(敍事)의 기본 수법으로, ≪시경≫에서 가장 흔하게 운용되는 방식이다. 이러한 방식을 운용할 때, 소재의 선택과 시구의 취사선택에 주의를 기울이면 매우 아름다운 시가 나올 수 있다. <소아(小雅)⋅채미(采薇)> 시는 출정나간 사나이의 향수를 그리고 있다. “옛날 내가 찾았을 땐 갯버들 휘휘 늘어졌더니, 이제 다시 와보니 함박눈이 펄펄 날리네(昔我往矣, 楊柳依依, 今我來思, 雨雪霏霏)” 구는 서사와 서경(敍景)과 서정(抒情)을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천고의 명구가 되었다.
‘비’는 비유를 뜻한다. 비유에는 두 가지가 있다. “머리카락 쑥방구리 같고(首如飛蓬)”라든지, “마음은 취한 듯(中心如醉)”이라는 구절의 비유법은 ‘명유(明喩)’라 한다. “쥐야! 쥐야! 큰 쥐야! 우리네 기장 먹지 마라(碩鼠碩鼠, 無食我黍)” 구절은 ‘은유’이다. 명유가 되었든 은유가 되었든 두 비유의 목적은 모두 서술 대상의 본질 혹은 형상이나 표정과 태도를 더욱 구체적으로 묘사해내기 위함이다.
‘흥’은 ‘기흥(起興)’이라고도 한다. 다른 사물의 묘사에서 시작하여, 묘사하고 싶은 주요 대상을 이끌어 내는 방법이다. 고대 민가에서는 주로 새를 이용하여 ‘기흥’하는 방법이 흔하게 사용되었다. 예를 들어 <관저(關雎)> 시에서는 첫 구절을 “꿕꿕 울어대는 물수리, 강 모래톱에 있네(關關鴡鳩, 在河之洲)”라고 한 다음, 군자와 숙녀의 애정을 그리고 있다. 자웅이 서로 짝하여 있어야 남녀 간의 애정을 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연관성이 그리 밀접하지 않은 시도 있다. 예를 들어 <한광(漢廣)> 시에서는 “남쪽에 무지러져 가지 없는 나무는 있으나, 쉬지도 못하리로다(南有喬木 不可休息)”하는 구절로 기흥했지만, 그 다음 구절인 “한수(漢水)에 노는 계집 있으나, 어찌할 수 없네(漢有游女, 不可求思)” 구절과는 그 어떠한 필연적 관계도 찾아볼 수 없다. 단지 지역의 환경만을 그리고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흥’은 자연환경과 분위기를 연상시키는 동시에, 부각시키거나 과장하는 역할도 한다.
‘부비흥’의 관계는 종영(鍾嶸)의 ≪시품(詩品)≫에 잘 설명되어 있다.
“비와 흥만을 사용한다면 뜻이 너무 심오한 병폐가 있기 때문에 문사가 매끄럽지 못하다. 부만을 사용한다면 뜻이 너무 잘 드러나는 병폐가 있어서 문장이 산만하다(若專用比興, 患在意深, 意深則詞질;若旦用賦體, 患在意浮, 意浮則文散)”
그러므로 부, 비, 흥 세 가지를 잘 조화시켜 운용하기 위해서는 작가의 수양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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