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인준 칼럼] 小國의 난관을 누가 타개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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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준 칼럼] 小國의 난관을 누가 타개할 것인가
한국은 약소국이다. 세계 10위권 부국이라는 ‘힐링’은 국민의 경각심을 이완시킨다. 자칫하면 세계 1, 2위 경제·군사대국 사이에 끼여 난파할 상황이다. 미국은 한미동맹보다 미일동맹에 무게를 실었다. 한일이 평행선만 달린다면 미국은 일본 손을 더 굳게 잡을 것이고 일본의 군사대국화는 더 빨라질 것이다. 한미동맹이 고장 나면―한국이 중국에 더 기울어 그렇게 되건, 미국이 일본에 더 기울어 그렇게 되건―한국은 중국과 북한의 위협을 피부가 아니라 심장에서 느껴야 할 것이다.
중국은 한국이 밀착하면 진심으로 한국을 더 배려하고 존중할까. 한미동맹이 약해지는 만큼, 아마 그 이상으로 한국을 쥐고 흔들려 할 것이다. 중국은 미일 밀월이 한국의 운신 폭을 좁힌다는 점도 놓치지 않는다. 이미 중국 사신(使臣)이 조선 왕을 능멸하던 시대를 떠올리게 한다.
심모원려(深謀遠慮)의 전략 없는 대증(對症)외교는 우리 카드를 다 잃고, 이중의 굴욕을 자초할 것이다. 스스로 외교의 전기(轉機)를 만들지 못한다면 미국은 미국대로, 중국은 중국대로 한국이 북한의 위협 때문에 불안한 점을 각각 이용하려 할 것이다.
일본은 한국과의 역사 갈등·현실 불화에 따른 외교부담 정도는 겁내지 않기에 이르렀다. 한국은 일본을 과거사의 진실 앞에 굴복시키려 하는데, 일본은 그런 한국을 국제정치의 고통 앞에 굴복시키려 한다. 한국 일각에서는 ‘안보는 미국과, 경제는 중국과’ 하는 식으로 말하지만 이런 단순화가 답이 될 수 없다. 중국의 국내총생산이 머잖아 미국까지 추월할지라도 한국이 일본과의 협력을 포기하고 중국만 쳐다보다가는 콧등 깨지고 뒤통수도 깨지는 형국에 처할 수 있다.
국가 존립과 5000만 국민의 안녕은 누가 도모할 것인가. 바로 한국인 우리들이다. 어떤 외국도 한국의 주권(主權)을 함부로 유린하지 못할 만큼 경제력 군사력 외교력을 스스로 키워내야 한다. 국가지도자가 그래야 하고, 정치인들이 그래야 하고, 관료들이 그래야 하고, 기업들이 그래야 하고, 국민이 그래야 한다. 이 엄중한 숙제를 방해하는 세력은 국민에 의해 도태돼야 한다. 한국을 지키기 위해선 그럴 수밖에 없다.
가장 치명적인 독(毒)은 국민 분열이다. 북한 핵미사일보다, 북한 핵미사일 대응에 대한 국론의 분열이 더 위험하다. 아무리 사기(士氣) 높은 군인과 첨단 무기가 있어도 국론이 사분오열되면, 분열된 국론 때문에 군이 우왕좌왕하고 무력(無力)해진다. 자신들의 사적(私的) 집단적 이익을 위해 민주적 절차를 벗어나 국론 분열을 조장하는 무책임한 정치세력과 불순한 사회세력은 사라져야 하고, 국민이 끌어내려야 한다. 통찰하는 국민이라야 통합하는 정치도 창출할 수 있다.
‘작은 나라’라는 패배의식은 날려버려야 한다. 영국이 산업혁명을 거쳐 슈퍼파워가 되기 전, 네덜란드는 동인도회사 등을 통해 세계 상업혁명을 주도했다. 일본이 근대화를 시작한 것도 네덜란드로부터 난학(蘭學·화란 지식과 문물)을 배우면서부터다. 네덜란드의 국토는 한반도의 5분의 1이 안 되고, 남한의 5분의 2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과학기술과 기업을 존중해 조선(造船)·항해·농업 등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해외 진출 기업에 ‘국가의 권위’를 부여해 번영을 이룩했다. 산업혁명 이후 ‘해가 지지 않는 제국’으로 군림한 영국도 본토 면적(24만 km²)이 남북한(22만 km²)과 엇비슷하다. 국력은 결국 경제에서 비롯된다. 경제가 뒷받침되지 않는 안보는 모래성과 같다.
한국인이 지식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지 못하리란 법이 없다. IT(정보기술) BT(생명공학기술) NT(나노기술)뿐 아니라 어떤 신기술 세계에서도 챔피언이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 이런 성공을 위해서는 ‘5000만 국민의 인적 잠재력’을 ‘무한 발굴, 극대 발현’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기업과 과학기술이 국가 발전을 주도할 수 있도록 북돋워야 한다. 교육이 그래야 하고, 사회 기풍이 그래야 하고, 정치부터 그래야 한다.
우리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중국인 일본인보다 못한가. 5000만의 잠재력을 일깨우고 끌어내고 구슬 꿰듯이 꿰는 것, 이것을 국가 과제 및 비전으로 삼을 때다. 더 늦기 전에 지도자와 정치인부터 이 비전으로 무장해야 한다. 탁월한 지도자와 우수한 정치인은 깨어 있는 국민이 표(票)로 만들어내야 한다.
배인준 주필 inj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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