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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교과서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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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이영
    댓글 댓글 0건   조회Hit 6,039회   작성일Date 15-09-17 15:15

    본문

    전쟁은 총칼로만 하는 게 아니다. 사인 간에 말싸움도 있고, 국가 간에 무역전쟁도 있다.

    최근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둘러싸고 빚어진 사태는 가히 전쟁이라고 할 만하다.

    현 정권은 보수-극우이데올로기를 앞세워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밀어붙이고 있고,

    진보성향의 역사학계, 독립운동단체, 시민사회단체, 그리고 학부모들은 결사반대를

    외치며 맞서고 있다. 총성만 들리지 않을 뿐 전쟁 상황이나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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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정교과서 제도는 박정희 유신정권이 극에 달했던 1974년에 본격 도입됐다.

    국가가 교과서를 집필해 천편일률적으로 후세들에게 역사교육을 시켰다.

    그러다가 이 제도는 YS 문민정부 시절인 96년에 폐지됐다. 적절한 제도가 아니라고

    판단한 때문이다. OECD 가입 34개국 가운데 국정교과서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는

    한 군데도 없다. 세계에서 이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는 몽고, 베트남, 북한,

    스리랑카 등 4개국뿐이다. 지금 한국 정부는 이들 4개국과 어깨를 겨루려고 하고 있는

    꼴이다.

     

    정부기관 가운데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실무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부서는 국사편찬위원회다.

    국편의 김정배 위원장은 과거에는 국정교과서 반대론자였다. 그는 문민정부 시절

    김영삼 대통령과 국편 위원 자격으로 점심을 먹는 자리에서 김 대통령에게

    국정교과서 폐지를 건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그는 김 대통령에게 “유신 때 국사책을 국정교과서로 만들어 획일화되어

    역사인식의 경직성 또는 국수주의적 사고 등 많은 문제점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다양한 역사관을 키우자면 학계가 공통적으로 참여하고 현장교사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국사교과서는 검정으로 해줬으면 합니다.”(동아일보 1993.7.24.)라고 말했다.

    그런 사람이 지금은 국정교과서 제도를 추진하는 총책을 맡고 있다.

    역사학과 교수 출신의 그는 학자적 양심은커녕 교육자로서의 교양조차도

    갖추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새누리당에서는 김무성 대표가 깃대를 높이 들고 앞장서고 있다.

    그는 지난 2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편향된 역사관’ ‘자학사관’ 등을

    이유로 내세우며 국정역사교과서 도입을 역설했다. 김 대표의 주장은

    뉴라이트의 역사관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뉴라이트의 뿌리는 일본 우익들의

    ‘자학사관’인데 한국의 집권당 대표가 일본 우익의 아류를 자처하고 있는 꼴이다.

    한-일 국경을 넘어 극우의 ‘자학사관’이 동맹을 맺기라도 한 듯한 형국이다.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2015 교육과정’의

    고교 한국사 집필기준 시안에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 계승에 대한 부분이

    빠진 것으로 드러났다. 임정 법통 계승은 헌법 전문에도 명시돼 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이유로 반(反)헌법적 작태도 서슴지 않고 있다.

    게다가 조선후기 경제·사회상의 변화 부분이 생략돼 있는데 이는 뉴라이트가 주장하는

    ‘식민지 근대화론’을 수용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당과 정부가 나서서 역사 왜곡, 말살을 밀어붙이고 있다.

     

    천안에 있는 독립기념관은 80년대 중반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에 맞서

    국민적 결의를 담아 건립한 민족사의 전당이다. 해마다 국내외의 수십만 명이

    독립기념관을 찾아 선조들의 호국정신과 일제하 애국선열들의 항일투쟁사를 보고 배우며

    긍지를 찾는 곳이다. 그런데 지금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식의 역사교과서라면

    더 이상 독립기념관을 찾을 이유가 없다. 아니 독립기념관의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른다. 지금 박근혜 정부가 하고 있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작업은

    바로 그런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

     

    이명박 정부 이후 ‘건국절’ 논란을 시작으로 항일 독립운동사를 폄훼하고

    이승만-박정희 군사독재를 미화하려는 움직임이 가중되고 있다.

    그 저변에는 현재 한국사회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친일파 후예들의 음모가

    도사리고 있음을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그들은 서울 광화문 네거리에

    이승만, 박정희 동상을 세우려 하고 있다. 민중혁명으로 쫓겨난 독재자를 국부로,

    부하에게 총 맞아 죽은 독재자를 국민적 영웅으로 만들려는 나라는

    지구상에 한국밖에 없다. 한국인 가운데 일부는 정상이 아니다.

    그런데 그 일을 정부가 앞장서고 있다는 사실이 기가 막힐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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