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운의 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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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운의 신관
천일기념일은 무엇을 기념하는 것인가? 한울님으로부터 <받았거나, 득도했거나, 한울님의 가르침>을 겪은 걸 기념하는 날일 겁니다. 그럼 <받은 것>은 무엇일까 찾아봤습니다. ‘교훈가’에 “칠팔개월 지내나니 꿈일런가 잠일런가 무극대도 받아내어”라는 글이 있습니다. 무극대도가 무엇일까 헤아려 보며, ‘무극대도를 받아낸’ 때를 계산해 보니 4월 5일이 됩니다. 이때 대신사께서 받으신 게 장생주원본(선생주문)일 수밖에 없다고 여겨졌습니다. 이런 글자를 받은 분의 이야기에 의하면 홀연 눈앞이 맑아지며 글자가 떠오른다고 합니다. 대신사께서도 홀연 눈앞에 ‘至氣今至四月來 侍天主令我長生 無窮無窮萬事知’가 떠올라 신비‧성스러운 느낌이 들면서 한울님이 내려주신 글이라 여겨져 공경히 마음으로 받으신 겁니다. 이 주문이 4월5일 앞낮에 처음 받은 무극대도입니다.
다음 <득도한 것>이 무엇인가 헤아려 봅니다. 대신사께서 ‘용담가’에서 “경신사월 초오일에 글로어찌 기록하며 말로어찌 성언할까 만고없는 무극대도 여몽여각 득도로다”라고 했습니다. 이처럼 ‘만고 없는 무극대도 여몽여각 득도’하신 것은 14세에 금강산 유점사에서 공부하고 돌아오는 길에 산정에서 깃옷입은 신선으로부터 ‘무극대도 날것이니’란 말씀을 들은 뒤부터 무극대도에 관심을 갖고 공부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대신사께서는 신유학과 아버님(게시판1758참고)을 통해서 무극태극이 몸속에 있음을 알게 됩니다. 그래서 대신사는 몸속 무극에 이르러 무극대도의 진상을 보고 그에 합하는 삶을 사는 게 사람의 도리라고 여기고 수도합니다. 그래서 이 날 새벽기도에서도 ‘몸속무극’에 이르는 수련을 했으리라고 봅니다. 그런데 좀 전에 한울님으로부터 받은 주문의 첫 자인 ‘지기’는 무극에 해당하는 거였습니다. 그래서 대신사께서는 ‘지기’를 깊이 사유하시면서 주문을 입속으로 외우면서 몸속무극에 이르는 수련을 하셨을 겁니다. 그래서 점점 더 깊은 데로 의식이 끌려들어가더니 마침내 홀연히 몸속무한소무극인 한울에 이르러 무극의 진상을 보신 겁니다. 견천(견성)으로 득도한 사람들의 체험은 비슷합니다. 다만 대신사께서는 동양의 형이상학에 달통하셨기 때문에 견천의 체험을 형이상학의 용어로 이해하실 수 있었던 겁니다.
가만히 눈여겨보는데 아득하고 무한한 지평이 보이자 이것이 ‘無極이다’란 의식이 들고, 맑음이 보이자 이것이 ‘虛靈이다’란 의식이 들고, 밝음이 보이자 이것이 ‘一氣이다’란 의식이 들고, 거룩함이 보이자 이것이 ‘至聖이다’란 의식이 들고, ‘간섭(干涉)’을 느끼자 ‘이것이 무사불섭 무사불명(無事不涉無事不命)인 섭명(涉命)이다’라는 의식이 들고, 무극에 이를 때 ‘선뜩’한 적이 있었는데 ‘그것은 지기에 화한 기화(氣化)이다.’라는 의식이 든 겁니다. 대신사의 순수한 속의식은 무극에 이르러 보고 겪은 ‘무한‧맑음‧밝음‧거룩‧간섭‧기화’를 기존에 알던 언어인 ‘無極‧虛靈‧一氣‧至聖‧涉命‧氣化’로 이해한 겁니다. 이것이 앞서 받은 주문의 첫 자인 <지기(至氣) 성품(性品)이다!>라는 의식이 듭니다. 무극대도의 진상(眞相)’을 보고 겪었다는, 견천(見天)했다는, 만사지(萬事知)했다는, 득도했다는 성취감이 듭니다. 이를 글로 적어내기 어려워서 ‘포덕문’에서 言不得難狀(말로 터득할 수도 없고 형상하기도 어려운)이라고 표현한 걸로 보입니다. 이처럼 말로 표현해 내기 어려운 ‘지기성품’의 모습을 보고 겪은 것을 ‘무극대도 여몽여각 득도로다’라고 하신 겁니다.
다음 <한울님의 가르침>이 무엇이었나 알아봅니다. 한울님의 가르침은 ‘포덕문’에 많이 나옵니다. 그 중에서 제일 중요한 가르침이 “나의 주문을 받아 사람들을 가르쳐서 나를 위하게 하면(受我呪文 敎人爲我則)”이란 말씀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대신사께서 그 뒤 사람들을 가르칠 주문인 至氣今至願爲大降 侍天主造化定 永世不忘萬事知를 받아서 사람들을 가르치게 된 겁니다. 그리고 이를 ‘한울님을 위하는 글자(至爲天主之字)’라고 하신 겁니다. 그런데 한울님을 위하는 주문에서 그런 글자는 侍天主입니다. 따라서 한울님을 위하는 건 한울님을 모시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럼 한울님을 모시는 건 무엇인가? 한울님성품인 ‘지기성품’에 관심을 갖고 사유해 알아가는 겁니다. 즉 지기 하나에 의해 만사만물이 화생한 것임을 알아가는 겁니다. 주문도 ‘지기로써 시천주하고 만사지’ 하는 글임을 알아가는 겁니다. 이처럼 한울님의 실재인 지기로써 사유해 알아가는 것이 모시는 겁니다. 대신사께서는 여기에서 지기성품이 자기의 의식을 타고 한울님의 가르침으로 화생한 걸 깨닫습니다. 한울님의 가르침의 근원이 ‘지기성품’인 걸 깨알은 겁니다.
그래서 대신사께서는 장생주가 ‘지기’ 하나로써 이뤄진 글임을 밝히신 겁니다. “지기 하나로써 주문을 지으니, 지기 하나로써 강령의법을 짓고, 지기하나로써 불망지사를 지었습니다(一以作呪文 一以作降靈之法 一以作不忘之詞)” 주문이 오직 ‘지기성품’ 하나로써 이뤄진 글임을 밝히신 겁니다. 그리고 ‘지기성품’에 대해서 그 어느 것보다도 많은 글자를 부여해 구체적으로 표기하신 것이 ”曰至者 極焉之爲至 氣者虛靈蒼蒼 無事不涉 無事不命 然而如形而難狀 如聞而難見 是亦渾元之一氣也“요, 끝맺는 말에 나오는 ”至化至氣 至於至聖’입니다. 여기서 추려내고 줄인 말이 ‘極焉之爲至=무극(무한소 무극) ‧ 虛靈蒼蒼=허령(맑음) ‧ 無事不涉 無事不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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