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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신문기사] ‘동학 역사기행’, 어느 일본인들과의 동행 / 김성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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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김동수
    댓글 댓글 0건   조회Hit 12,030회   작성일Date 16-06-30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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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첫 여행에서 나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120년 전 일본 군대가 대량학살이라고 할 수 있는 살인·방화 등을 이 조선반도 도처에서 자행했고, 거기에 맞서 싸운 동학 농민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나는 몰랐습니다. 나는 50년 가까이 일조(日朝)협회에서 재일 한국인의 권리를 지키는 운동을 해왔는데도 말입니다. 나는 새로 배워야 한다, 그리고 이를 주변 사람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깊이 생각했습니다.”


    지난해 가을 전북 익산 원광대에서 열린 제10차 한일교류회에 참석한 55명의 일본인들 가운데 한 분인 팔순의 여성 유이 스즈에씨가 한 얘기다. “과거 사실을 배우지 않으면 일본의 침략도, 거기에 저항하며 싸운 아시아 사람들의 존재도 없었던 것이 되고 맙니다.” 나는 그 말을 몇 번이고 되뇌었다. 120년 전 자기 조상들이 저지른 잘못을 회개하며 팔순 노인이 이렇게 정성을 다하다니.


    유이씨가 참석한 한일교류회는 일본의 원로 역사학자 나카쓰카 아키라(87)가 2006년부터 해마다 이끌어온 ‘동학 농민군의 역사를 찾아가는 여행’을 계기로 만들어졌는데, 나도 거기에 뒤늦게나마 참여하고 있다. 유이씨는 이 순례여행에 참여한 일본인 250여명 가운데 한 사람이다. 나카쓰카 교수는 일본의 조선근대사 연구에 새로운 장을 열었던 진보적 역사학자 야마베 겐타로의 맥을 잇는 학자로, <근대 일본의 조선인식> <근대 한국과 일본> 등 저서 일부가 국내에 번역 출간돼 있다. 올가을 제11차 동학여행 마지막날인 10월21일 서울 모임에서는 나카쓰카 교수의 또 다른 책의 번역 출간 기념식도 열린다.


    나카쓰카 교수는 일본이 메이지 유신 이후 근대화 명목으로 추구한 것이 실상 제국주의 침략이요, 약자의 불행 위에 강자의 행복을 확보하려는 것이었음을 밝히고, 가해자와 피해자가 함께 이런 역사를 직시함으로써 진정한 상생 협동의 새로운 평화세계를 이룰 수 있다고 믿는다. 나카쓰카 교수는 몇년 전 1만수천권의 장서를 전남 도립도서관에 기증했고, 2014년에는 전북 고창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가 주는 ‘녹두대상’을 받기도 했다. <이 정도는 알아야 한다-일본과 한국, 조선의 역사>에서 그는 이렇게 썼다. “이웃의 불행 위에 내 행복을 확보하려고 해도 그것(불행)은 머지않아 나에게 돌아온다. 이것이 일본의 근현대사가 가르쳐준 역사적 교훈이다.”


    나카쓰카 교수가 이노우에 가쓰오 교수, 그리고 이들한테서 배우고 함께 연구한 박맹수 원광대 교수와 함께 저술한 <동학농민전쟁과 일본: 또 하나의 청일전쟁>에는 당시 한국에 파병돼 히로시마 대본영의 지령에 따라 동학 농민들을 대량학살한 한 병사의 진중일기(이노우에 교수 발굴)가 나온다.


    “나주에 도착하니 나주성 남문에서 4정(약 40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작은 산이 있었는데, 그곳에는 사람들의 시체가 쌓여 산을 이루고 있었다. (…) 그들은 민병(농민군 진압부대) 또는 우리 부대에 붙잡혀 고문당한 뒤 중죄인이 돼 죽은 사람들로, 그 수가 매일 12명 이상, 103명을 넘기도 했다. 그곳에 시신으로 버려진 농민군이 680명에 달했다. 근방은 악취가 진동했고 땅 위에는 죽은 사람 기름이 얼어붙어 마치 흰 눈이 쌓여 있는 것 같았다.”


    나는 2013, 2014년 그들 일행을 경북 김천, 대구, 경주 등지로 안내했다. 김천 구성면에는 해월 선생이 머문 곳에 수도원과 비석이 있고, 대구에는 문초당하고 참수당한 유적이 있다. 수운 선생은 대구의 옛 경상감영 자리에 있던 감옥에서 모진 문초를 받았고, 그 자리에는 ’최제우 나무’라 불리는 수령 400년의 회화나무가 서 있다. 선생은 1864년 41살 나이로 지금의 반월당 역 근처에서 참수돼 사흘간 효수됐는데, 거기에는 그 일을 알리는 비석 하나 서 있지 않다.

    이 세상 근본원리가 무엇인가? 가고 돌아오지 않음이 없는 이치, 이것이 천도다. 수운 선생의 호 그대로 물과 구름이다. 나와 그대는 둘이 아닌 하나, 모두 한 몸으로 돌아간다.


    인류는 한 그루 큰 나무/ 나는 그 가지 끝 작은 이파리/ 가을이면 떨어져 낙엽이 되지만/ 대지에 쌓여 퇴비가 되었다가/ 다시 봄이 되면 수액으로 올라가/ 잎이 되고 꽃이 되고 열매를 맺는다.

    중국 5·4운동을 촉발하고 인도 타고르 시인이 노래한 3·1혁명 100돌이 다가온다. 단순 소박하게 자연의 원리대로 살자. 통일만이 살길이다.

    김성순 한국포도회 명예회장


    기사원문 -> http://www.hani.co.kr/arti/opinion/because/74988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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