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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른동화, 나비소년(2) [신인간 12월, 805호]

    페이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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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송암이윤영
    댓글 댓글 0건   조회Hit 5,879회   작성일Date 17-12-23 11:29

    본문

     

    어른동화



    나비 소년(2)
    [신인간 12월, 805호]

     


                                                                                                                            이윤영_동학혁명기념관장

     




      3. 
      화창한 봄이다. 겨우내 쌓였던 눈도 사라졌고, 처마 밑 고드름도 자취를 감추었다. 농부들은 밭 갈기에 기지개를 켜고, 따뜻한 양지쪽에는 어느새 노란 개나리가 별꽃을 반짝였다. 호숫가 비탈에는 파란 새싹이 돋아나고 철새들의 물장난에 놀란 진달래가 분홍빛 미소로 어머나, 봄이 돌아왔구나하며 깜짝 반겼다.
      들녘의 봄 내음이 코를 찌르는데, 어느 시골 들꽃 마을에 어린이들의 함성은 이 땅에 평화가 가득하다는 것을 일깨워 준다. 그 소박하고 아름다운 동네 뒤편에 나비마을이 있다. 사람들은 뒷동산이라 부르고 나비들은 그들만의 천국, 꽃동산이라 했다. 꽃동산 바로 앞개울이 은빛 물결로 흐르고 그 위로 가면 파란 하늘과 뭉게구름이 거울처럼 비추는 호수가 있다. 마을 앞에는 시원하게 펼쳐진 들녘이 한 폭의 그림처럼 아른거리며 하늘 높이 종달새가 지저귀는 따뜻하고 아름다운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2007326일 봄날, 나비마을은 갑자기 바빠진 듯 소란스러웠다. 나비알이 세상에 나올 때부터 신비로운 소문이 났는데, 이제 아기나비 애벌레가 태어나는 날이 된 것이다. 한날한시에 다섯 개의 영롱한 알이 움직이며 꿈틀거렸다.
      하나는 노란색, 하나는 하얀색, 하나는 검정색, 하나는 호랑색, 하나는 빨간색,
      꽃동산 왕나비는 족장회의를 열어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를 하였다.
      “곤충은 물론 나방 과에서 제일 진화한 우리 나비들은 언젠가 인간의 영혼을 가진 다섯 명의 아이가 태어난다.”
      왕나비 옆에서 짧은 날개를 팔랑거리며 고개를 끄덕이는 무당 팔랑나비가 그 사실을 증명하였다. 의아한 눈빛으로 숨죽이며 말씀을 듣고 있던 다섯 나비알의 아빠들은 재빠른 날갯짓으로 각자 집으로 향하면서 말했다.
      “나는 그런 것 몰라···.”
      “아이가 태어나는 것으로 만족해.”
      “제발 무사히···.”
      “정말 건강하게···.”
      “우리 아가야, 어서 나오렴!”
      다섯 아빠와 엄마들은 가슴을 죄며 초조하게 아기 탄생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어디선가 불어오는 향긋한 바람과 함께 꽃동산을 둥그렇게 감싸며 아름다운 오색의 무지개가 빛났다. 순간,
      “애벌레, 하늘땅 꽃나비 만세!”
      우렁찬 사내아이 다섯이 동시에 태어나면서 외쳤다.
      “엄마! 아빠! 안녕! 난 노랑나비 아가, 난 하얀 나비 아가, 난 검정나비 아가, 난 호랑나비 아가, 난 빨강나비 아가.”
      모두 건강하게 태어난 아기 나비의 탄생에 꽃동산 나비마을은 큰 기쁨에 축제와 잔치를 열었다. 저마다 제일 예쁘다는 꽃잎을 하나씩 가져와 다섯 가구 집 앞에 던져주는 축하의 행렬도 이어졌다. 나비마을 왕나비와 족장들, 그리고 다섯 부모의 합의에 따라 이들의 이름이 지어졌다. 아기 나비들이 태어나면서 외친 그 색 그 이름 그대로 결정되었다.
      아기 나비 부모들은 저마다 느낌과 살아가는 방법을 일러주었다.
      “귀여운 내 새끼가 이제 꿈틀꿈틀 아장아장 기어 다니는구나.”
      “이파리도 제법 갉아 먹을 줄 알고, 천천히 꼭꼭 씹어서 삼켜라.”
      “비가 오면 나뭇잎 뒤에 숨어서 날이 갤 때까지 참고 기다려야 한다.”
      “우리보다 몸이 큰 새들을 조심해야 한다.”
      “방심하면 순간 목숨을 잃는다.”
      나비들은 알을 많이 낳는다. 그 대부분 숫자가 애벌레로 탄생되기 전과 탄생 후 천적의 먹잇감으로 사라진다. 날개 달린 나비로 부활하는 과정에서도 먹이사슬의 희생으로 목숨을 잃는다. 실제 나비로 태어나는 숫자는 그리 많지 않다. 천적이나 먹이사슬에 의해 나비 숫자는 적절하게 유지되는 자연의 질서에 동참한다. 그 조화와 질서를 깨트리는 게 사람이다. 해충 잡는 약과 풀 죽이는 농약 등이 규제보다 많이 사용되는 과정에서 나비의 숫자는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
      숲속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계속 듣다가 아기 나비는 두 눈을 지그시 감고 새근새근 잠이 들었다. 한 생명의 탄생은 그 어떤 종류를 떠나 우주의 영기와 천지의 신비를 간직하고 태어나는 고귀한 목숨이다. 아기 나비들은 곤히 자던 잠에서 깨어났다.
      “아함, 잘 잤다. 엄마, 아빠는 어디 갔어?”
      “, 아빠는 일하러 나가셨다. 귀여운 내 아가 자는 모습이 너무 깜직하고 예쁘더라.”
      “엄마 아빠는 매일 나보고 귀엽다고만 말하네. 나도 얼른 날개를 갖고 싶어. 그래서 푸른 하늘과 아름다운 꽃 세상을 날아다니고 싶어.”
      “그래, 아가야, 때가 되면 너도 새롭게 태어나는 행운을 가질 것이다.”
      “어른들처럼 훨훨 날아 아주 먼 나라도 갈 수 있단다.”
      “엄마, 나 배고파.”
      “그래 가능한 한 얇은 잎을 꼭꼭 씹어 천천히 먹어라. 너희들은 아직 이가 튼튼하지 않으니 즙을 빨아먹는 심정으로 씹어야 한다.”
      나비 엄마들은 늘 아기가 걱정이다. 그러나 아기 나비들은 철없이 놀기만 하였다.
      “, , 애들 모여라. 여자는 필요 없고 남자 모여라.”
      “노랑아! 우리 함께 놀자!”
      빨강이, 검정이, 하얀이, 호랑이가 노래를 부르며 노랑이 집 앞에서 시끄럽게 떠들었다.
      “! 알았어, 곧 나갈게!”
      단짝이 된 이들은 줄곧 모여, 숨바꼭질을 즐기며 놀곤 하였다. 달리기, 씨름, 연날리기도 하였다. 꽃동산은 그야말로 이들의 낙원이었다. 여자 아이들이 거미줄놀이를 하면, 장난꾸러기 빨강이가 도맡아 줄을 끊고 도망치다 넘어져 동네방네 웃음거리가 되는 경우도 있었다. 이들은 하루가 다르게 키도 크고 몸도 불어나고 있었다.
      나비마을 꽃동산은 지방정부의 특별 보호 지정 마을로 무분별한 개발이 금지되어 그야말로 나비들의 천국이었다. 전국에서도 유명한 들꽃마을 사람들은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무공해 무농약 유기농법을 실천하며 부족하지 않은 경제 살림을 해 나갈 수 있었다. 그래서 꽃동산 나비마을은 동식물이 번창하여 숲속의 평화와 질서를 이루어 나갔다. 아침저녁으로 꾀꼬리의 노랫소리가 숲속의 아름다움을 더해 주었다.
      다른 지역에 사는 곤충들도 소문을 듣고 자꾸 꽃동산으로 이사 오는 경우도 있었다. 등짝에 온통 가시가 돋친 고슴도치 녀석은 어지간히 거드름을 피우며 으스댔으며, 행여나 천적이 나타나면 독가스를 하고 날려 버리는 스컹크 때문에 모두가 코를 막고 대피하는 소동도 가끔 벌어졌다. 자연스럽게 동물 보호 지정 마을이 되어 버린 꽃동산은 들꽃마을 사람들에게 큰 자랑거리며 자연이 살아 숨 쉬는 생태 마을이었다.
      아기 나비들은 세상이 모두 궁금하였고, 성장해가는 자신들의 모습에 부모님께 질문하는 일이 자주 벌어졌다.
      “엄마, 그런데 나의 몸이 자꾸 커지고 몸속에 뭐가 자꾸 감기며 풀잎이나 나뭇가지에 거꾸로 매달리고 싶어요. 다른 애들도 그렇대요.”
      “그래, 그것이 너희들의 운명이란다. 그리고 모든 나비의 천국 백두산에도 갈 수 있단다. 너희도 날개를 달고 마음껏 나는 것이 꿈이겠지?”
      “그럼요!”
      아기 나비들은 신나는 듯 소리쳤다.
      “이제 마음을 정리하고 그 어떤 어려움도 극복하여 부활의 나비가 될 시기가 다가왔구나.”
      노랑이 엄마는 아들을 사랑의 눈빛으로 바라보며 힘내라고 격려해 주었다. 한날한시에 태어난 다섯 명의 애벌레 나비들은 굳은 결심을 하였다. 부모님과 어른 나비들에게 큰절을 올리고 서로를 확인할 수 있는 가까운 나뭇가지나 이파리 줄기에 매달려 실을 뽑기 시작했다. 보기에는 조그마한 집 같지만 이들에게는 꿈같은 부활의 공간이다. 죽음의 순간까지 참고 이겨내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날개를 가진 나비가 되는 것이기에 인내의 고통을 맞이하는 것이다.
      이들의 탄생과 성장 과정을 지켜본 나비들과 부모님은 말을 아꼈지만 보통 아기 나비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 어떤 위험한 상태에서 공격을 받다가도 천적들이 알 수 없는 신비로운 파장에 의해 멈칫거리다 가 버리는 모습을 여러 번 보았던 것이다. 그러기에 완전한 나비로 부활되는 과정에 관심을 안 보일 수 없었다


      4.
      나비마을 꽃동산은 나비 소년 부활을 기도하는 의식을 아침저녁으로 행하고 있었다. 무당 팔랑나비도 왕나비의 명령을 받고 특별 기도를 올렸다. 나비마을의 수호신 거목 소나무 앞에 제단을 만들고 무사 탄생의 기도는 욕심 없이 평화롭게 살아가는 나비마을의 특별 의식으로 나비들의 단합을 이끌어 내는 중요한 일이었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신령님께 비나이다.”
      무당 팔랑나비의 기도는 바라보는 이들로 하여금 감탄사를 불러오게 하였다. 애타는 부모들은, 아들 나비에게 가서 고치에 구멍이라도 뚫어 세상에 빨리 나오기를 바라는 마음에 발만 동동 굴렀다. 나비가 고치를 열고 나오는데, 나비 세계에서는 절대 금기 사항이 있다. 그 누구도 도움을 줘서는 안 되는 것이다. 밖으로 나오는 과정에서 평생 살아갈 힘을 기르고 어느 곳이나 여행할 소중한 날개에 최고의 연습 과정이기도 했다. 그래서 부모들은 그 근처에 얼씬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자립과 자유의 정신을 기르고 있는 이들의 투쟁은 한 생명의 처절한 몸부림이다.
      어느 날, 그토록 기다리던 나비 탄생이 이루어졌다. ‘하늘땅 꽃나비 만세!’ 하는 대신, “인간 나비 만세!”라는 우렁찬 울림이 꽃동산에 메아리쳤다. 처음 듣는 말이라, 알아듣지 못하는 안타까움은 있었지만 왕나비는 짐작이라도 한 듯, 고개를 끄덕끄덕하면서 입을 굳게 다물어 버렸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가? 무당 팔랑나비가 힘없이 쓰러졌다. 혼신의 노력으로 나비 소년들의 부활을 기도하던 팔랑나비는 그만 시름시름 앓다가 죽고 말았다. 왕나비의 마지막 한 마디,
      “천지신명이 깃든 저 소나무 앞에 묻어 주어라.”
      무당 팔랑나비가 세상에 나온 사명을 다한 것이다. 그 후, 왕나비는 실어증에 걸려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들만의 출생의 비밀이 누설되면 천적들의 공격 목표로 정해져 사고를 겪게 될 위험을 미리 예방하는 것이다. 그것을 본 족장들과 마을 나비들은 저들이 인간의 영혼을 가진 나비 소년들이란 사실을 비밀로 하기로 했다. 소년 나비 부모들은 말할 수 없는 기쁨과 동시에 그 어떤 사명감에 사로잡혔다. 나비 소년들은 알에서부터 애벌레, 그리고 날개 달린 모습까지 본래의 노랑·하얀·검정·호랑·빨강색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을 보면서 어른 나비들은 기대와 그 어떤 두려움도 숨길 수 없었다.
      나비 소년들은 부드러우면서 활기찬 날갯짓을 수도 없이 반복하며 비상의 몸짓에 여념이 없었다. 무슨 원한이라도 털어 내려는 듯 두 날개를 팔랑거리며 세상을 온통 가슴에 품으려는 그런 날갯짓이었다. 나비 소년 부모들과 마을 나비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이들에게 축복의 박수를 힘차게 보내는데, 어찌나 그 소리가 컸던지 양지마을 사람들이 일하다 무슨 소리인지 깜짝 놀라는 소동도 벌어졌다.
      이제 개구리 소년 다섯은 자유의 혼을 가진 나비 소년으로 부활을 마친 것이다. 평화와 사랑의 전도사 나비, 슬픔과 억울함이 천지에 사무쳐 그 원한을 어디에 풀 것인가. 천지를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나비 소년으로 부활하여 진정한 자유를 맞이한 것이다.


      노랑이와 호랑이는 노순이와 명주라는 여자 친구가 생겼다. 나비 세계는 같은 종류 외, 다른 나비와는 사랑을 나눌 수 없는 운명이 존재했다. 명주 나비는 멋진 호랑이를 좋아하게 된다. 그러나 호랑이는 명주를 냉정하게 대하며 멀리하려고 했다. 노랑이와 노순이의 사랑은 날이 갈수록 깊어지고 서로 바라만 보아도 눈빛을 주고받는 그런 사이가 됐다. 이에 질세라 명주의 마음은 사랑이 불타는데, 호랑이의 태도는 변함이 없었다.
      나비 소년들에게 또 다른 운명이 찾아왔다. 모든 나비의 꿈들로서 나비 천국 백두산에 가고 싶은 충동이 자신들도 모르게 찾아온 것이다. 부모들에게 간곡한 설득의 노력으로 허락을 받은 나비 소년들은 꿈과 야망, 그리고 모험과 대자연의 세계로 나갈 준비를 했다.
      꽃동산 나비마을은 물론 옆 동네, 앞 동네, 인근 고을 나비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나비 소년들을 전송하기 위해 너울너울 나불나불 모여들었다. 나비 소년들은 태어나 이렇게 많은 나비들을 본 적이 없었다. 초록나비, 녹색부전나비, 네발나비, 배추흰나비, 청띠신선나비, 큰멋쟁이나비는 물론 특이하게 생긴 뿔나비, 뱀눈나비, 나뭇잎나비, 부엉이눈무늬나비 등 수많은 나비들이 이들 영웅의 감동적인 모습을 보기 위해 앞다투어 날아왔다.
      노랑이 엄마는 노랑이에게 신신당부를 했다.
      “노랑아, 너는 지혜의 눈을 가졌기 때문에 위기관리를 잘하겠지만 천적을 조심해야 한다. 새 종류는 물론이고, 사마귀, 개구리, 두꺼비 등 살아 있는 동물은 모두 조심해라. 특히 사람을 제일 조심해야 한다. 그리고 잠자리는 친한 척하며 나비를 억센 발로 꽉 죄여 잡고 야금야금 갉아 먹는단다.”
      “엄마, 알았어요. 어젯밤부터 한숨도 안 주무시고 하신 말씀 또 하고 또 하고, 밤새도록 들어서 귀가 아플 지경이에요.”
      노랑이는 다른 친구들 역시 안 보아도 뻔히 나와 같이 잔소리를 수도 없이 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노랑이, 하얀이, 검정이, 호랑이, 빨강이, 다섯 나비 소년들은 산 넘고 물 건너 전설의 나비 천국을 여행하는 데 앞서 환송객들에게 잠시 이별의 인사를 했다.
      “우리 여행의 목적지는 백두산 나비 천국이지만, 지리산과 한라산, 백두산을 돌아 팔도는 물론 지구의 동식물의 세계와 인간 세상을 돌아볼 것입니다. 그래서 날개를 단련하고 몸에 힘을 길러 지구촌 끝까지 날아가는 기록을 세우고 평화와 자유의 정신을 심을 것입니다.”
    나비 소년 다섯 명의 대표로 노랑이가 힘찬 연설을 하고 있는데, 어디서 흐느끼며 우는 나비 소녀의 음성이 들렸다. 노랑이의 단짝 노순이와, 빨강이를 좋아하는 명주가 이별의 아픔을 참지 못하고 서럽게도 목 놓아 울고 있었다.
      “오빠! , 오빠 없으면 하루도 못 살아!”
      “오라버니! ‘훌쩍훌쩍나도 따라가고 싶은데 위험하다고 따라오지 말라니 차라리 죽고 싶어요. 엉엉엉.”
      “노순아, 너와 나는 언젠가는 만날 거야. 나는 운명이라는 걸 알거든. 그래서 너와 결혼하는 그날이 반드시 온다.”
      노순이는 갑자기 울음을 뚝 그치면서 큰 소리로 말했다.
      “오빠, 그게 정말이야?”
      그러자 여기저기서 키득키득 웃음소리가 퍼지더니, 큰멋쟁이나비가 날개를 부치면서 말했다.
      “, 날씨가 꽤 덥기는 덥다.”
      그러자 나뭇잎무늬나비도 웃으면서 한마디 했다.
      “가을도 안 왔는데 내 날개가 떨어지려 하네. 호호호.”
    이래저래 꽃동산 나비마을은 웃음바다가 되고 말았다. 얼굴이 홍시 빛으로 변한 노순이는 어디론가 도망가고, 노랑이는 선녀 옷을 훔친 나무꾼처럼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이들과 대조적으로 엄청 짝사랑하는, 명주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빨강이는 입을 꼭 다물고 애써 명주의 눈을 피했다.
      “빨강아, 너는 왜 그리 명주에게 냉정하니?”
      “노랑아, 명주는 나와 함께 살 수 없는 종이잖니.”
      “그래도 사랑하는 동생으로 대할 수 있는데!”
      다른 친구들도 안쓰러운 듯 고개를 돌려 이들의 이별을 아쉬워했다. 노랑이 엄마는, 저렇게 철부지가 내 며느리로 오면 그리 편하지는 않겠구나, 하는 생각과 웃음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나비 소년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기쁨과 희망을 안고 길을 떠났다. 생사를 장담할 수 없지만, 이들이 보통 나비와 다르다는 것은 모두가 안다. 그래서 이들에게 말할 수 없는 기대와 희망을 바라는 것이다.
      “, 출발이다!”
      엄청난 군중을 뒤로하고 나비 소년들은 힘찬 날갯짓을 한다. 나비마을 꽃동산이 보일락 말락 멀어지고 이들 앞에는 신비로운 자연의 세계와 병들어 가는 지구, 전쟁이 아닌 평화에 희망을 안겨줄 것이다. (다음호에 계속)


     

     

    <이윤영 저자 소개>

    1958225()에 전북 김제에서 태어났다.

    2007월간 신춘문예10월호(통권 40)<노점상 할머니> 5편의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계간 글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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