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도서관 제3차 독서공방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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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제3차 독서공방은 김상봉 전남대학교 철학과 교수의 <파국과 개벽 사이에서― 20세기 한국철학의 좌표계>라는 글을 읽고 진행하였습니다.
(2) 일반 책으로 50쪽 남짓 분량의 '논문'이었습니다. 분량은 '적었지만' 결론적으로 오늘 1시간 30분 남짓 이야기한 끝에 진도(이야기해야 할 것/이야기하고 싶은 것)의 1/10일도 채 진행하지 못하여, 다음에 다시 한번 더 이야기하기로 하였습니다. 1시간 30분 동안 정말 쉴 틈 없이 이야기를 주고받았는데도 그러하였습니다.
(3) 이 논문은 대동철학회(大同哲學會)라는 철학연구소의 2014년 춘계 학술대회(“우리 철학 어떻게 할 것인가? ― 수입 철학과 훈고학을 넘어서”, 조선대학교 우리철학연구소 공동주최, 조선대학교, 2014.5.24)에서 발표한 발표 논문을 그날의 토론 내용을 반영(수정)하여 [大同哲學會 논문집] 제67집(2014.6)에 수록한 것입니다.
(4) 이 논문은 "우리 철학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다소 '도발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5)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우선 '우리 철학'이 언제, 어디서부터, 어떤 형태로 존재하는가에 답해야 했고, 결론적으로 필자는 '우리 (근/현대) 철학'은 동학으로부터 시작되었다는 답변으로부터 시작합니다.
(6) 동학이 내놓은 혹은 시작한 한국 근대 철학은 '파국'이라는 좌표를 따라 흐르는 흐름과 '개벽'이라는 좌표를 따라 흐르는 흐름, 크게 이 두 가지 흐름으로 전개되어 오는데, 전자는 유영모, 박동환 등의 철학자들이 자리하고, 후자에는 '함석헌' 등의 철학이 자리한다고 말합니다.
(7) 그리고 유영모-박동환 등의 흐름 위에 놓인 철학자 군(계열)과 함석헌 등의 흐름 위에 놓인 철학자 군(계열)도 소개를 하는데 그들은 현재도 왕성한(?) 철학적 활동을 계속하므로 무한한 가능성 / 미완의 진행형이라고 이야기하며, 그 추이를 계속해서 살펴보자고 이야기합니다.
(8) 필자가 한국 철학이 동학으로부터 시작되어 그 궤를 달리하며 이어지고 있다고 말하는 데서 알 수 있다시피, 유영모든 함석헌이든, 박동환이든 그들의 철학은 모두 동학의 철학 속에서 그 원형을 찾아낼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이런 말을 들으면 동학(천도교)인들은 그들 철학자들이 '동학 철학'을 배우고 익혀서, 그것을 자기 나름대로 재해석하고 혹은 원용(?)하였기 때문에 그런 유사성이 나타난다고 말하곤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착각입니다. 오히려 그들이 그렇게 철학함으로써, 동학의 철학적 가능성과 잠재성이 구체화되고 현실화된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9) 또 하나, 예를 들면 함석헌의 다음과 같은 언설들은, 그로부터 동학-천도교인들이 떠올릴 수 있는 의암 손병희 선생의 말씀들에 대해서 동학-천도교인/기존의 동학연구자들(주로 역사학-사상사)이 얼마나 게으르고 '생각없음'에 노출되어 있었는지를 알 수 있게 된다는 점도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위 배경색 부분은 '김상봉 논문 인용 - 그중 이탤릭 부분은 '함석헌의 글' 인용부분임)함석헌의 삶을 바꾸고 20세기 한국 역사의 운명, 아니 더 나아가 현대 한국 철학의 운명을 바꾼 사건이 바로 3.1운동이다. (중략) 3.1운동이 실패로 돌아간 뒤에 남은 것은 물음이었다.
실패는 섭섭하지만 실패처럼 값어치 있는 것은 없습니다. 사람으로 하여금 생각하게 합니다. 만세를 부르면 독립이 될 줄 알았다가 그대로 아니되는 것을 본 다음에야 한국의 씨알은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생각함은 곧 알듦입니다. 3.1운동 이후 우리 민족이 허탈감에 빠지지 않고 자라기 시작한 것은 깊이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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