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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많은 사람과 더불어 사회(社會)를 이루고 모든 사물(事物)과 접촉하면서 살아갑니다. 이러한 이치를 천도교에서는「대인접물(待人接物)」이라고 말합니다. 대인접물에는 반드시 절차와 규범이 있게 마련인데 이것을 예절(禮節)이라고 합니다. 사람을 대하는 데 있어 제멋대로, 내키는 대로 행동하면 사회의 질서가 문란하여질 것이며, 사물을 접하는 데 있어서도 아무 분별 없이 취급하면 혼란이 가중될 것입니다.
대신사께서는 “삼강오륜 밝은 법은 예 없으면 어디 나며 대장부 지혜범절 염치중에 있었으니…”라고 하시어 인간사회의 예의와 염치를 말씀하셨습니다. '부불부(父不父)자불자(子不子)'라 하시며 선천(先天)시대 윤리도덕의 퇴폐를 개탄하시고, 후천(後天)의 새시대를 열어나갈 시천주(侍天主)의 새로운 신앙과 예절을 창명하셨습니다.
모든 예절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반드시 종교신앙의 종지(宗旨)와 교리, 그리고 성현의 심법과 가르침에 근거하여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따라서 그 시대의 생활과 문화와 직결되는 영향력을 가지게 됩니다. 그러나 과거의 수많은 절차(節次)와 예법(禮法)도 세월의 흐름에 따라 허례허식에 흘러서, 고루한 아집과 허다한 명분론에 사로잡혀 우리의 생활에 도리어 폐단과 위축을 가져왔던 것입니다. 조상 전래의 전통이나 문화유산은 길이 보존해야 하고 고유한 미풍양속을 전승해야 함은 물론이지만, 그것은 그 원리와 정신이 중요한 것이지 형식적인 겉치례나 번잡한 절차가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인간이 상호 존경과 겸양과 신의를 주로 하고 감정의 표현을 과불급 없이 조화시켜 사회의 도덕질서를 세워나가는 것이 의절의 기본사명이라 하겠습니다.
천도교의 의절(儀節)은 시천주(侍天主), 인내천(人乃天), 사인여천(事人如天), 수심정기(守心正氣), 성경신(誠敬信)에 그 뿌리를 두고 천지부모(天地父母), 이신환성(以身換性), 부화부순(夫和婦順), 삼경설(三敬說), 향아설위(向我設位), 성령출세설(性靈出世說) 등 제법설을 바탕으로 하여, 우리들의 일상생활에 있어서 출입(出入), 기거(起居), 동정(動靜), 대인접물(待人接物), 관혼상제(冠婚喪祭) 등 모든 의식과 예절을 간소하면서도 엄숙하게 그리고 과거의 허례허식을 지양하고 교리에 어긋남이 없이, 또한 우리의 실정에 알맞게 제정한 것입니다.
천도교의 의절은 기본정신은 변함이 없지만 시대에 따라 약간씩 변천해 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동학 초기에 입도(入道) 절차와 고천(告天), 주문(呪文) 등 수행 절차가 정해졌고, 포덕 25년 제61회 대신사 탄신향례일에 제의규범(祭儀規範)을 정하여 실행하였습니다. 그 후 각종 기념 행사와 향아설위(向我設位)의 제례 등이 추가되었고, 포덕 41년에는 입도문, 47년에는 입교문(入敎文)이 있었고, 포덕 52년에 오관(五款) 제도를 제정하였습니다.
포덕 66년에 ‘천도교의절’을 반포(頒布)한 이래 포덕 87년과 109년, 그리고 포덕 139년과 141년에 의절 개정이 있었으며, 이번에, 즉 포덕 155년에 다시 개정, 보완을 하게 된 것입니다. 이와 같이 역사의 발전과 시대의 변천에 따라 천도교의 의절도 실생활에 비추어 미비한 점을 보완하여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인내천의 새로운 도덕문명을 열어나가는 우리는, 이 의절의 역사적인 의의와 제정된 기본정신을 깊이 인식하고 일
상생활 속에서 우리의 의절을 모든 의식(儀式)과 행도의 지침으로 삼아야 하겠습니다. 앞으로 의절의 생활화를 위하여 실행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과 각종 예문을 수록한 의절 해설서가 있어야 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의절의 미비한 점은 계속 보완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천도교 의절이 우리 천도교인의 생활지침이 되는 동시에 일반 국민의 가정의례준칙으로 활용되기를 바라 마지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