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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도교의 수행과 신앙방법
일반적으로 종교적인 행위는 두 가지가 있다. 즉 경배하는 신의 은총을 바라며, 신을 믿고, 신에게 의지함으로써 ‘신앙’에 치중하는 종교적인 행위가 있는가 하면, 다른 하나로는 어떠한 종교적 경지에 도달하여 그 의미를 밝혀내고자 ‘수행’에 치중하는 종교적인 행위가 있다고 하겠다. 대체로 모든 종교가 이러한 두 가지 종교행위를 모두 병행하고 있으나, 서양의 종교는 보다 ‘신앙’에 치중을 하고 있다면, 동양의 종교는 보다 ‘수행’에 치중한다고 하겠다.
그러나 천도교의 종교적 행위는 어느 한 가지에 치중하지 않고 ‘수행과 신앙’ 두 가지를 모두 겸하고 있다. 천도교는 대신사의 심법(心法)이 해월신사에게 이어졌고, 또 의암성사·춘암상사에게 이어지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런가 하면, 오늘과 같은 보다 구체적인 수행과 신앙의 방법들이 확립된 것은 의암성사 때에 이르러서라고 하겠다.
먼저 의암성사는 대신사와 해월신사의 가르침을 이어 천도교인들이 행해야 할 ‘수행과 신앙’의 방법으로 ‘오관(五款)’을 제정하였다. ‘오관’은 ‘주문(呪文)’, ‘청수(淸水)’, ‘시일(侍日)’ ‘성미(誠米)’, ‘기도(祈禱)’의 다섯 가지로, 천도교인이 행해야 할 종교적 의식(儀式)과 수행의 방법들이다. ‘주문’은 곧 천도교의 주문을 읽으며 수련에 임하는 것을 뜻하는 것이요, ‘청수’는 모든 의식에 맑고 깨끗한 청수를 봉전하고 진행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가 하면, ‘기도’란 매일 저녁 9시에 행하는 매일기도와 일정한 날과 기간을 정하여 놓고 행하는 특별기도와 같은 것을 말하고, ‘시일’은 일요일 오전 11시에 봉행(奉行)하는 종교적인 집회를 말한다. 끝으로 ‘성미’는 매일 밥을 지을 때 한 식구당 한 숟갈씩 정성으로 떠놓은 쌀을 모았다가 한 달에 한 번씩 교회에 헌납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다섯 가지 종교적인 행위인 ‘오관’에는 궁극적으로 ‘수행과 신앙’이 모두 담겨져 있다고 하겠다. 이러한 오관을 통하여 천도교의 수행과 신앙의 방법에 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먼저 천도교의 수행방법은 바르게 앉아서 눈을 감고 ‘오관’의 하나인 천도교의 주문(呪文)을 반복적으로 읽는 것을 그 방법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천도교의 수행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주문(呪文)’이 된다.
동경대전 「논학문」에 의하면, 천도교의 주문은 ‘한울님을 지극히 위하는 글’이라고 되어 있다. ‘한울님을 지극히 위하는 글’, 이는 다른 말로 하면 한울님의 뜻에 따라 살아간다는 말이 된다. 이 주문을 통하여 한울님의 섭리에 따라 살아감으로써 하나의 커다란 생명체인 지기(至氣), 곧 한울님 성령과 합일(合一)을 이루고자 하는 수행이 곧 천도교의 수련이 된다. 즉 천인합일(天人合一)을 이루어 한울님의 덕을 체득하고, 그러므로 바른 마음과 기운을 몸소 체험하고 실천하고자 하는 것이 곧 천도교의 종교적 수행인 것이다.
천도교의 주문에는 강령주문(降靈呪文)으로 ‘지기금지원위대강(至氣今至願爲大降)’의 8자와 본주문(本呪文)으로 ‘시천주조화정영세불망만사지(侍天主造化定永世不忘萬事知)’의 13자가 있다. 강령주문이란 한울님의 기운과 내 기운이 서로 융화일체(融化一體)가 되고자 하는 주문이고, 본주문은 천인합일의 경지에 이르러 한울님의 무궁한 가르침을 받고, 나아가 한울님의 덕(德)에 이르고자 하는 주문이다.
이와 같은 강령주문과 본주문을 합하여 천도교에서는 통상적으로 ‘주문(呪文)’이라고 부른다. 따라서 천도교의 주문은 모두 ‘스물 한 자’가 된다. 이 21자 주문에 대해서는 동경대전 「논학문」 중에 대신사 스스로 해의한 것이 있다. 그런가 하면, 이 21자의 주문 속에는 대신사의 가르침, 곧 천도교의 모든 교의(敎義)가 함축적으로 담겨져 있다. 즉 주문 21자는 곧 천도교 교리의 가장 중요한 핵심이 되는 것이라고 하겠다.
이와 같은 주문에 담긴 깊은 뜻을 생각하고 한울님을 생각하며 주문을 반복적으로 읽는 것으로써 천도교는 종교적 수행의 방법으로 삼고 있다. 즉 강령주문을 통하여 한울님의 지극한 기운과 나의 기운이 서로 융화일체를 이루도록 하고, 나아가 본주문을 통하여 한울님의 덕과 마음을 체득하여 천인합일의 경지에 이르기 위해 정진하는 것이 곧 천도교의 수행방법이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주문을 반복적으로 읽으며 종교적인 수행을 하는 것을 천도교에서는 ‘수련(修煉)’, 곧 ‘수도(修道) 연성(煉性)’이라고 한다.
이러한 수행방법과 함께 천도교에는 그 종교적인 행위로 ‘심고(心告)’라는 것이 있다. 이 심고(心告)는 다름 아닌 한울님에게 기원(祈願)하고 서원(誓願)하는 ‘신앙의 방법’이 된다. 해월신사의 법설인 「내수도문(內修道文)」에 의하면, 천도교인은 모든 행동 하나하나에 심고를 드리도록 되어 있다. 즉 잘 때 ‘잡니다’ 하고 마음으로 고(告)하고, 일어날 때 ‘일어납니다’ 하고 마음으로 고하고, 물 길러 간다거나 방아찧으러 간다거나 하는 모든 일상적인 행동을 시작할 때와 끝마쳤을 때에 이와 같이 고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그런가 하면 모든 종교적 의식(儀式)이나 행사 때에도 이 심고로써 그 시작을 하고 또 그 끝을 맺는다.
또한 모든 천도교인은 오후 9시에 청수(淸水)를 받들어 놓고 기도식(祈禱式)을 봉행하는 종교의식을 갖는다. 이 기도식 역시 경배(敬拜)의 대상인 한울님께 기원(祈願)과 서원(誓願)을 드리는 의식이 된다. 또한 매일 드리는 하오 9시 기도식 이외에, 특별한 목적과 서원을 정해 놓고 일정 기간 특별 기도를 행하는 의식이 있는데 이를 ‘특별 기도’라고 부른다.
이와 같은 기도와 심고는 주문과 함께 천도교의 중요한 종교적 행위라고 하겠다. 즉 주문이 종교적인 수행을 행하기 위한 방법이 된다면, 기도와 심고는 기원과 서원을 담은 신앙체계라고 하겠다. 즉 천도교는 바로 이와 같이 주문과 심고, 기도라는 방법 등을 통하여 ‘수행과 신앙’이라는 두 가지의 종교적 행위를 모두 겸하고 있는 종교이다. 이러한 주문과 심고·기도를 통한 종교적인 행위를 수행하는 한편, 천도교에서는 그 실천 방법으로 성(誠)·경(敬)·신(信)을 강조하고 있다. 성·경·신에 관하여서는 대신사가 경전 곳곳에 말씀을 해 놓았지만, 특히 동경대전 「좌잠(座箴)」에 명기하고 있다.
「우리 도는 넓고도 간략하나, 많은 말로 그 뜻을 말할 필요가 없다. 다른 도리가 있는 것이 아니라 성(誠) 경(敬) 신(信) 세 글자에 있다.」
즉 한울님에 대한 확고한 ‘믿음(信)’과 이 믿음을 바탕으로 끊이지 않고 ‘정성(誠)’을 드리고, 그러므로 우러나게 되는 ‘공경(敬)’을 생활 속에서 늘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삶이 곧 천도교의 종교적 수행이며 또 신앙이기도 한 것이다.
그런가 하면, 주문과 심고, 기도를 통하여 수행과 신앙 생활을 해나감으로써 천도교인은 한울님으로부터 품부(稟賦)받은 그 마음을 회복하고, 그 회복한 마음을 지키는 ‘수심(守心)’과 한울님의 지극한 기운과 융화일체를 이룬 기운을 올바르게 실천하는 ‘정기(正氣)’를 행하게 된다. 이것을 천도교에서는 ‘수심정기(守心正氣)’라고 부른다.
이와 같이 주문과 심고, 기도를 통하여 생활 속에서 성·경·신을 실천하고, 나아가 수심정기(守心正氣)를 통하여 잃어버린 한울님 마음을 회복함으로써 종교적으로 깊은 경지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한울님 마음의 회복을 통하여 우주적 섭리에 합일할 수 있는 올바른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데에 바로 천도교 ‘수행과 신앙’의 궁극적인 목적이 있는 것이다.